덕 시티 민음사 모던 클래식 17
레나 안데르손 지음, 홍재웅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시원한 블랙 코미디.

다 읽고 나서 그렇게 정의하고 싶다.

누가 보아도 현대 물질 만능 자본주의 한 단면인 식습관에 대해서,

그리고 그러한 식습관의 첨병인 미국에 대한 풍자인 이 소설은

어리석은 대중을 몇 가지 전체주의적인 이데올로기로 이끌어 가는 미국이란 나라를 그리고 있으며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우중이 알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지 그 상징들이 매우 쉽게 나타나고 있다.

 

지극히 탐욕스러운 동물로 알려져 있는 오리를 이름으로 하는 도시 국가.

그리고 그 오리를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만들어 낸 디즈니의 대표 캐릭터,

도날드와 그 여자 친구 데이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며

또한 중요한 인물인 존은 미국 이름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다.

 

애이햅 프로젝트는 멜빌의 <백경>에서 따왔는데

미국 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책이며 또한 이 책에서 그리는 포획의 대상인 고래는

그 거대한 몸집의 대부분이 바닷물의 차가운 온도를 견딜 수 있도록 지방으로 되어 있고,

바로 포경 산업은 이 기름을 얻기 위해서 이루어진 산업이었으므로,

체지방과의 전쟁인 애이햅 프로젝트는 역시 아이러니칼한 이름이다.

 

역자 해설에도 나오지만

부르디외의 <구별짓기>에서도 설파되었듯이

오늘날의 계급을 보여주는 지표 중에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가 하나의 자리를 차지한다.

서구 열강 중에서 빈부의 격차가 가장 미국의 일반 대중은

(이 책의 또 다른 비판 대상 중의 하나인)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패스트 푸드들 -

즉 기름지고 포화 지방이 많으며 고칼로리이지만 영양가는 떨어지는 - 음식을 즐기며

전체 인구의 상당수가 비만이다.

이에 반해 사회 지도층은 웰빙하며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통령을 비롯하여 많은 정치가 등은 뚱뚱한 사람을 찾아 볼 수 없음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은 비만을 커다란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푸는 해법 또한 지극히 자본주의적으로 푼다.

슬로우 푸드라 일컬어지는 좋은 음식 - 그래봐야 현대 사회에 들어오기 전에 일반적으로 먹었던 음식들

을 먹으며 예전처럼 몸을 움직이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을

다이어트 산업이란 이름 하에 또 하나의 일거리로 만들어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이는 끝없이 부가 가치를 생산해야만 사회 구조가 유지되는 자본주의의 내재적 속성에 기인한 것이며

이 때문에 대중들은 끊임없이 먹고 다시 먹은 것을 없애야 하는 악순환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사회 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대통령 역시

폭식의 정반대인 거식으로 향해 가는 것은 이러한 사회 구조의 모순점을 보여주며

또한 그러한 사회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기업가와 깊이 연관되어 있는 것은

로비 문화가 만연한 미국식 정치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러한 천박한 자본주의의 이면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나라의 현실임을 생각할 때 슬프기 그지없지만

슬픔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책을 심각하게 읽어볼 일이다.

과연 식습관 뿐 아니라 일상 자체에서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얼마나 나는 천박하게 살고 있는가.

비록 그 구조 자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겠지만

자신의 삶을 끌려가지 않고 끌어감으로 선택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의 몫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