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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B급 좌파로 유명한 김규항을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만나 대담을 나누고 엮은 책.
정말로 눈뜨고 보기 힘든 사태가 계속 하여 벌어졌던 이명박 정부 초반.
'촛불'로 대변되는 그에 대한 저항 국면이 벌어지고 그에 대한 탄압이 이루어지며
사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예들의 횡보와 포스트 이명박을 향한 또 다른 세력의 정치적 다툼.
여전히 나아질 길 없는 경제 상황 등의 여러 가지 환경에서
그 흐름에 대해서 소위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김규항의 생각을 담고 있다.
지방 선거가 한달 뒤로 다가온 이 시점에서 뭔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대학이란 곳에서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음을 배우고 난 뒤부터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영위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조금씩 해왔지만,
사회에 진출하고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이 살기 빡빡한 세대가 도래한 뒤부터는
역시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심정과 행동에는 차이가 있게 살아왔다.
적어도 시대의 흐름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나 자신의 주관 정도는 세우고 싶었지만
왜 내가 이명박을 싫어하면서도 노무현을 좋아할 수는 없는지,
그의 죽음에 안타깝지만 서도 그 이후의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해서 짜증이 나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고 정리할 여력과 역량이 없었음은 변명이겠지만 사실이다.
김규항의 생각에서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생각들의 힌트와 근거를 발견했다.
결국 본질적 의미에서 진보는, 반이명박 정도가 아닌 신자유주의 전체를 거스를 수 있는 흐름이 되어야하나
정치적 자유를 지향했던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은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권보다도 신자유주의를 건고하게 다짐으로써 이중적 상황을 만들었다는 말은
너무나도 공감이 간다.
결국 나 역시도 선거 때마다 김규항이 비판하는 '비판적 지지'를 선택하지 않았었나 생각해 본다.
섣부른 비판적 지지는 결국 반진보가 될 수 있다는 그의 분석에 수긍이 간다.
그래서 정태춘 아저씨가 음악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었나..
얼마전 주점에서 정말 오랜만에 들었던 그의 옛 노래 자락을 생각해 본다.
같이 술 마시던 모든 이가 한순간 말을 끊고서 생각에 잠겼었던 그 순간.
과연 함께, 같이, 잘 살아가자는 그 논리가 정말로 불가능한 것인가.
프리 라이딩을 막기 위해서 개인의 노력을 인정한다는 논리 아래
오직 엘리트 만이 살아남고 그 이외의 다수는 그들을 떠받치기 위한 하부 구조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신자유주의를 받아 들여야 하는가..
아니라고 믿어본다. 희망이 없어서는 이 나라에 사는게 너무도 원통하고 억울하여 하루를 살아내기 벅차다.
다만 유럽의 몇 나라만을 부러워 하며 살기에는 아직 살아갈 날이 너무 많지 않은가.
종교에 워낙 관심이 없기에 예수를 꺼내며 영성과 혁명, 진보를 이야기하는
김규항의 전작과 이 책의 후반부는 낯설다.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거대 세력으로 하나의 사회적 토대가 되어 버린 종교 집단과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대승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해야 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어떤 영성을 통해야 커뮤니케이션이 될지는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예수전>을 읽어봐야 할 듯.
사는 것이 힘들다.
나도 힘들고.. 모두가 힘들다.
하다 못해 이명박도 힘들어 보인다.
제발 모두 함께 같이 잘 살자.... 그것만 일단 동의하면 희망이 조금씩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너무 나이브할지도 모르겠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