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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김용택의 책을 참으로 오랜만에 읽다.
대학 다닐 때는 늘상 그의 시집을 끼고 살았더랜다.
대학이란 곳이 너무너무 낯설었던 신입생 환영회의 연속이었던 날들..
술 진탕 먹고서 새벽 서너 시쯤 술집 어딘가에서 헤롱대고 있는데,
내가 참 좋아했던 선배 형 하나가 술에 취해서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시를 한편씩 읽어주고 있었다.
그 책이 바로 김용택의 <강 같은 세월>이었고,
술에 취해 흘려 들으면서도 참 좋았던 그의 시구에 반해 다음날 바로 사서 읽었더랜다.
한권씩 한권씩 찾아 읽었던 그의 시들 중에서 <섬진강> 연작은
참으로,, 참으로,, 내게 다가온 시들이었다.
어렸을 때 옆으로 스쳐 지나가거나 다리 위로 지나가 본 뒤
아직도 다시 가볼 기회를 못 찾고 있는 섬진강변이 왠지 고향같이 느껴지는 것은 김용택 시인의 덕이다.
그렇지만 이러저러한 시간들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집이 손에 잡히는 회수가 줄어가고, 그에 따라 김용택의 시를 읽는 회수도 줄었다.
간간히 산문을 접할 기회도 있었으나 그 마저도 줄었다.
그것은 내가 시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감성과 여유를 잃었기 때문이고,
특히 김용택의 글과 같은,
아이들의 감성과도 같은 순수,
고향과 가족과 사람을 향한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과 같은 감성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옆집 삼촌 내지 큰 형님 같은 인상의 시인이
이제 60을 바라보며 교직에서 물러났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항상 아이들과 어울려서 일까, 그저 40대 정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시인의 춘추가 그리 되었다니.
그가 마지막 교단을 내려오며 묶은 글로 오랜만에 그를 만났다.
여전하다..
그의 글과 눈에는 언제나 동심과도 같은 순수함과
자연과 사람과 가족과 사회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시와 삶에 대한 열정이 나타난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글은 기운없는 요즘의 나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 주었고
그 점에 대해 시인에게 감사한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예화로 모습을 보이는 그의 제자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동시와 일기가
오히려 시인의 문장을 압도할 만한 청초함을 지니고 있음이다.
나 역시 이십 몇년 전 초등학생 시절에는 그러한 글을 지었을 지도 모른다.
전혀 생각나지 않는 지금이 안타까울 뿐.
30대 중반의 고단한 삶을, 즐거운 삶으로 바꾸기 위한 힘든 시간을 이제 맞아야 한다.
섬진강의 조용한 강변에서 해질녘 강을 바라보며 한번 취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