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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날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12
플뢰르 이애기 지음, 김은정 옮김 / 민음사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만나는 작가, 스위스 출신의 플뢰르 이애기의 두 중편을 읽다.
이애기는 문체는 단조롭고 날카롭다.
날이 선 문체는 아니지만,
너무도 담담하게 읊조리는 듯한 짧은 문장들은
메말라 있어 마치 손을 대면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맛을 준다.
쉽게 눈이 가되, 쉽게 읽히지는 않는 문장들.
이렇게 성마르게 이야기하고 있는 두 소설의 화자는 어린 소녀들이다.
한창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할 나이의 소녀들이 단조롭게 주변을 바라보게 된 것은
아마도 그들이 어느 한 곳에 갇혀서가 아닌가 싶다.
한 소녀는 가족과 떨어진 채, 어려서부터 수도원에서만 생활해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숙 학교 특유의 규율적이고 닫힌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또 한 소녀는 복잡한 가정사를 가진 채 그와 떨어져 결국 짧은 2주일 여의 선상 여행을 하고 있는데
배라는 공간 역시 어디로 갈 수 있는 닫힌 공간이다.
억제된 감성과 자라나는 이성을 투영할 곳을 두 소녀는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다.
바로 수도원 기숙 학교의 친구와 아버지.
그들을 바라보면서 느끼고 자라가는 감성과 이성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두 소녀는
그들과의 생활, 교감을 통하여 자신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녀적 감수성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남자인 한계를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리 나라와는 너무도 이질적인 환경과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고
그저 독백만이 있는 구성 탓에 적극적으로 동화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아름답고 절제된 문장으로 두 소녀의 내면을 잔잔하게 드러내는 미니멀리즘 적인 서술이야말로
이 두 편의 중편 소설이 가지는 최고의 가치가 아닌가 한다.
다른 모든 것들을 제쳐 놓은 채 가만히 서술되는 글들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조용한 가운데 파장이 인다.
힘이 있는 소설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