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게이먼은 현재 SF계에서 자알 나가는 이야기쟁이-스토리텔러 임에는 틀림없다. 화려한 수상 경력이 말해 주듯이 그래픽 노블이든 소설이든 어린이 책이든 종횡무진 책이 나오고 있으며 북미권에서는 반응도 좋고 영화화도 되고 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지만 우리 나라에도 계속 번역이 되고 있다.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면, 상당수의 단행본과 앤솔로지에 속한 단편들, 그래픽 노블, 어린이 판타지가 나온다. 과연 우리 나라 독자에게 그의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는 것일까. 영화로 개봉한 <스타더스트>는 차치하고, SF가 유달리 천대받는 우리 나라에서 이 작가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은 어떤 저력이 있어서일지..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몇권을 접해본 터지만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닐 게이먼의 또 다른 작품을 읽어 내려 갔다. 다차원 우주, 도플갱어를 연상시키는 등장 인물들, 과학과 마법의 대립 등 별달리 새로울 것이 없는 소재들을 엮어서 하나의 모험담을 근사하게 만들어 낸 닐 게이먼과 공동 저자 마이클 리브스의 역량은 대단하다.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인 듯 싶을 정도로 별로 특이하지 않은 세계관을 가지고서 슬슬 이야기를 만드는데 그것이 재미있다. 전형적인 소년 어드벤처 클리쉐를 따르는 포맷과 느린 전개에 대한 의문은 해설에서 이 책이 원래 TV 시리즈를 기획한 것에서 출발했다는 것에서 풀렸다. 아마도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을 슬슬 담아내 가기 위한 설정으로, 주인공의 수많은 분신들은 계속되어 나오는 변종들 설정으로 끊임없이 매 에피소드들 마다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주었으리라. 대단하진 않지만 재미있는 스토리에 술술 내려갈 수 있는 책. 닐 게이먼은 기본은 하는 작가라는 인식이 점점 더해간다. 번역된 책중의 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신들의 전쟁>을 다음으로 읽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