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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비밀 정원 ㅣ 레인보우 북클럽 12
T. H. 화이트 지음, 김영선 옮김, 신윤화 그림 / 을파소 / 2009년 6월
평점 :
어렸을 때에 읽은 책들, 특히 모험 가득한 책들을 읽을 때면
으레 자신을 그 상황에 대입하여 읽기 마련이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 아마도 어린이, 청소년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일 것.
그 다음이라면, 재미있게 읽은 책이 끝나는 것이 너무 아쉬워 책장을 덮기가 아까울 정도일 때
그 뒤의 얘기들이 또 없을지..
있다면 어떤 이야기일지 상상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마리아의 비밀 정원>은 <걸리버 여행기>를 잇는 속편 아닌 속편으로서
릴리풋 사람들이 다시 등장하여 어린 꼬마 아가씨 마리아와 함께 겪는 모험을 신나게 그려내어
어린이/청소년 소설의 미덕을 보여 주는 책이라 하겠다.
전체적으로는 간단한 권선 징악적인 플롯을 따르고 있으나,
제법 두께가 되는 이 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풍자 소설의 얼개 속에 이런저런 내용이 꽤 많음을 알 수 있다.
전편 격이라 할 수 있는 <걸리버 여행기>가 인간과 다른 존재들이 사는 나라들의
소인들과 대인들, 말의 모습을 한 존재들 등 여러 존재를 가지고
인습과 편견에 찌들어 있고, 각종 음모와 술수로 생을 살며,
물질적인 것에 신경을 쓰고 정신적 고결함을 놓치고 사는 등의
인간의 여러 세속적인 모습들을 풍자한 책이다 보니,
이 책 역시 여러 면에서 캐릭터의 변화가 거의 없는 일면적 등장 인물들로서
인간의 여러 모습들을 풍자 한다.
유일하게 아이로 등장하는 마리아 만이 여러 사건들을 겪고 소인들과의 모험을 거치면서
성격이 조금씩 바뀌고 성장하는 것은
역시 이 책의 독자층을 겨냥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른들에 대한 풍자도 될 수 있을 것.
그 밖에 21세기 한국의 독자로서는 아마도 다 잡아 내기 어렵겠지만
허구 속에 슬쩍 등장하는 실존 인물들의 이름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풍자가 가능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터.
그 점들을 다 잡아내면서 읽지 못하는 점은 무척 아쉽다.
전체적으로..
성인 소설이었던 <걸리버 여행기>와 달리 어린이 소설격으로 쓰여진 이 책은
큰 부담감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수십 년 전의 책이지만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싶게 시각적 묘사가 뛰어나
머리 속에 장면들을 그려 가며 읽어 가는 것은 오랜만에 동심의 세계로 갔다고 할까..
조카를 한번 읽히고 감상을 들어보면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