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게키단 히토리 지음, 서혜영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언제까지나 지켜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외톨이들의 이야기"

이 카피 하나에 이 책에 끌려 읽게 되었다.

유난히 바쁜 회사일에 치이고 기운이 빠져 있는 요즈음은

머리 써야 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책 보다는

단순하게 읽을 수 있는 미스테리/스릴러 류의 가벼운 장르 소설이나

아니면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즐거운 책을 읽고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 그네>가 그러했듯이

이 책 또한 저 카피 대로라면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들어 보지 못한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런 일은 최근의 나에겐 흔하지 않은 일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만큼

읽어야 하는 작가들이 너무 많아졌다..

 

알고 보니 저자는

(아직까지는) 전업 작가가 아닌 개그맨이라 한다.

아직 보지는 않았지만 제목 만큼은 들어본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나 "전차남" 등에 출연했다 하니

제법 이름이 알려 졌을 연예인..

그가 그려낸 이야기들은 과연 코미디인가..

 

그가 연기했던 극중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범상치 않은 '외톨이'들이다.

스스로 홈리스가 되고 싶어 하는 회사원,

한물간 아이돌 스타를 짝사랑하는 사회 부적응 청년,

아무런 꿈없이 남자들에게 이용당하여 자신을 버리고 싶어진 아가씨,

도박에 빠져 다중 채무를 진 상태에서 희망없이 범죄를 꿈꾸는 역무원,

아버지가 없는 상태에서 무책임한 부모를 떠나 범상치 않은 사람을 좋아하게 된 가출 소녀,

재능없는 개그를 하면서 스트립 걸을 좋아하는 개그맨..

 

이 사회 부적응적 외톨이들의 삶은 처음에 (일반적인 시각으로) 들여다 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왜 좋은 집과 가정을 놔두고 공원에서 자며,

자신의 마의 구렁텅이에 빠져 들고 있음을 알면서도 도박과 범죄를 꿈꾸고,

재능없이 방귀 개그 밖에 할 줄 모르다가 성희롱범으로 처벌받은 생면부지의 남자를 찾아

가출까지 해버린단 말인가..

 

그러나 그들은 밉상이거나 단순히 동정심을 유발시키지는 않는다.

구차한 배경이나 분석 같은 것 없이

자연스럽게 그들은 원래 이러한 사람인 것처럼 묘사되어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그들의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들은 오히려,

귀엽거나 재미있게 보인다..

 

그들의 행동을 재미있게 바라보다 보면,

각 에피소드들의 결말 부분에 가서는 따스한 미소를 짓게끔 된다.

모두들 사랑을 만나게 된다.

그것이 과거의 짝사랑이든, 알지 못했던 옆 사람의 마음이든,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미래의 연인이든,

단순히 삶과 생활에 대한 애착이든 간에 작은 에피소드 하나로

자신이 미처 알고 있지 못했던 작은 사랑을 만나게 됨으로써

우리의 외톨이들은 더이상 외롭지 않고 사랑이 충만한 따뜻한 삶을 살아가게 되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그렇게 된다..

 

기대했던 대로 기분이 좋아졌다..

너도 역시 외롭지 않은 거야, 라고 책이 말해주는 듯..

요즘의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도 기분좋게 따가운 햇볕이 드는 날씨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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