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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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여행이라고 불리우기 보다는 '순례'라고 불리는 까미노 드 산티아고..

산티아고로 가는 길..

많은 크리스트교 신자를 가진 나라답게 우리 나라 사람들도 이 길을 걷는 이들이 참 많아졌는데..

이 책을 손에 쥐며 내가 기대했던 것은

여행기도 아니었고, 순례기도 아닌.. 한 사람이 걸으며 생각하는 느낌을 담은 책이었으면 했다.

그리고 그 기대는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다지만 카메라가 고장나서 사진도 많지 않은 이 책의 저자는,

약간은 막연한 상태에서 산티아고로 떠났다.

일반적으로 정신없던 시기가 지나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

뭔가 자신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 하게 마련이지만,

저자는 사랑하는 동생을 잃은 슬픔과 아픔을 거기에 더 얹어 품고

비행기를 탄 듯 하다.

 

나 역시 많은 상실을 겪어 봤으나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직계 가족을 잃은 적은 없기에

그 아픔을 깊이 이해하지는 못하였지만 대략 짐작만 한 채 책장을 더 넘겨갔다.

 

이토록 공감하며 읽기 쉽지 않을 정도로,,

배낭 하나 맨 채 움직이는 여행에서 저자가 쏟아내는 이야기는

나의 과거 경험과 상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

사람을 쉽게 못 사귀는 나는,

배낭 여행을 가서도 외국인들과 쉽게 말을 섞지 않는 편이고,

심지어 한국인과도 그렇다.

같이 하룻나절 투어를 다녔던 한국 사람들과도 겨우 말을 트고 나면

첫인상이 너무 배격적인 것 같아 말 걸기 어려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여행 중에는 혼자 있는 것을 좀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아마도 타인에게 짜증을 내거나 짜증을 받기 싫은 이유가 크지 싶다.

 

저자 역시 이 고생을 왜 하나 싶기도 하고,

명확한 목표치 같은 것도 없었기에 초장부터 짜증을 부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옹졸하기도 하는데..

공감 백배..

그렇게 이 책에 빠져갔다.

 

많은 메모와 밑줄을 치면서.. 저자와 함께 생각했다.

삶의 존엄성과 내 마음의 근력의 세기와,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를 바라보는 생활 등등..

내가 평소에 나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느낌들..

그러나 체화되지 않았던 그 느낌들을 저자는 길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체화하고 있었다..

부럽다..

 

혼자이면서 함께인 길..

인생 역시 그렇지 않을까..

뭔가 좀 놓으면 자신이 편해지는 것을..

어느 틈엔가 도난 방지 자물쇠를 버려버린 저자 처럼

내 마음의 자물쇠를 버리고 나를 좀 열면 배낭이 가벼워 지듯이 나 역시 가벼워지는 것을..

내 자신을 한정지우고 가두는 것이 나름 컴플렉스인 나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이 길을 걸어볼 가치가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허물없이 열어 보이는 글..

까미노를 다녀 왔기 때문에 더 그렇게 열 수 있었을까?

 

난 아직 내 자신을 그렇게 열 자신이 없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산티아고 순례길로 달려 가고 싶지 않다..

아마도 지금의 아집과 고집이 나야,, 라고 우기고 싶은

이 철없는 나이가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지나면

기꺼이 나도 순례자가 되리라..

언젠가 조금이라도 그 길을 걸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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