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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모든 바에서
나카지마 라모 지음, 한희선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인체 모형의 밤>에 이어서 두번째로 만나게 되는 나카지마 라모.
그의 독특한 인생 이력은 <인체 모형의 밤>에서 보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은 더욱 특별하게도 그가 실제 겪었던 알코올 중독에 의한 급성 간염으로
병원에 실려간 경험을 토대로 하여 쓰여진 작품이라 실제감도 있고,
작가 특유의 기괴한 상상력도 같이 어우러져 흥미로운 작품이다.
그리 길지 않아 하루 만에 이리저리 다니는 버스 안과
잠시 다리 쉼을 하는 커피숍에서 다 읽을 수 있었다.
예전부터,
약물과 술로 방황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물론 현실에서보다는 영화속과 책속에서..
내 주변에는 그렇게까지 방황하는 사람이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어찌, 무엇이 그들을 저렇게 방황하게 만들었고,
왜 그 사람들은 그 방황의 친구, 혹은 탈출구로 약물과 술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가 궁금했다.
짐 모리슨이 그렇게 break through to the other side 하는 방법은 정녕 그것 뿐이었는지..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영화 "Requiem for a Dream" 처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빠져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었는지...
이 책은 매우 특별하다.
알콜에 빠진 작가 자신이,
마치 소설속 주인공 자신이 되어 알콜 중독의 증세와 자신의 이유를 찬찬히 들려 주고,
그것이 개인적 차원이 될 것을 염려한 것인지,
친절하게 알콜 중독에 대한 것을 이리저리 공부하여 각종 사례와 증상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연방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던 것은
이 책의 주인공이 일상적이지 않은 일탈적 삶을 살며
극단적인 움직임을 보여서 나와는 참 다른 사람임에도,
또한 그의 감정과 불뚝 내뱉거나 움직이는 행동들은
어찌 보면 공감을 일으키는 부분이 적지 않아서 이다.
망설임과 지름.
사랑과 좌절. 혹은 그냥 이유없는 방황들..
이런 것들이 표출, 표현되는 방식이 다를 뿐 모두가 이런 감정들은 시간이 가면서 공유하는 것이다.
하하, 마지막 장면이 너무도 유쾌하고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것은
고지마의 상쾌함이 함께 전이되어서 이다.
또 하나 이 책의 감칠맛은
통통 살아 있는 주변 등장 인물들.
성격 까칠한 주치의,
격한 성정의 비서,
능글함의 극치인 아줌마들,
순수한 성정의 결어다니는 병원 청년,
알콜 중독의 대선배 아저씨,
인생을 달관한 듯한 할아버지 등이 참 매력적이다..
우울한 병원 이야기가 우울하지 않은 풋풋한 시트콤 처럼 유쾌한 것은 이러한 등장 인물들 덕..
술, 아니 알콜 중독에 대해 궁금하거나,
간이 걱정이거나,
그냥 즐겁게 몇 시간 정도 책이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이 시간 모든 바에서 즐겁게 한잔 기울이고 있을 수많은 사람들과
지금 내 책상 위의 캔맥주 한잔을 놓고 건배~
p.s
이 책의 표지인 보라색.. 혹은 콜라색..
그런 의미인지 정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