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타유발자들 - A Bloody Ari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관객을 힘들게 하는 것에서 그 의의를 찾는(?) 영화들이 있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들이나......
어떤 면에서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도 그런 면이 있다..
원신연 감독의 이 영화 또한 그렇다.
그것도 아주 웰 메이드.
영화 보는 내내 주로 전반부의 팽팽한 긴장감이 몸을 잡아 채는 동시에
후반부의 만연한 엄청난 폭력에 팽팽했던 몸이 비틀린다.
그런 영화보기에 익숙치 않은 사람-같이 보던 와이프-은 힘들 수 밖에..
마치 '구토'유발자들이 된 것 마냥 등장 인물들은 이러저러한 장면을 많이 뱉어낸다.
결국 상영판에는 잘렸지만
정말정말 실감났다고 하는 쥐 먹기 장면이 만일 일반 관객에게 오픈되었다면
이런 느낌은 몇 배 더 증폭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불편함 속에서도
내가 이 영화를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은 너무도 커다란 공감이다.
감독 스스로의 경험에서 나왔다고 하는
'낯선 이의 친절함에서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과 긴장감'에 대해서
이 영화는 너무나도 절실하고 리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느낌은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너무도 리얼한 감정이다.
흔히들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하지 않는가.
어두운 밤 산길을 홀로 걷다가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것은
산짐승이나 귀신 따위가 아니라 낯선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 사람이 길 잃은 내게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따라 오라 했을 때
저러한 막연한 두려움과 의심과 긴장감 없이 따라 나서는 사람은
그야말로 소탈하고 겁없는 사람일 터.
이런 흔히 지나치기 쉬운 감정을 절묘하게 캐치하여
괜찮은 시나리오에 담아 낸 감독의 센스는 기가 막히다.
단지 오랫동안 준비하였다 하기에,
차기작의 완성도에 따라 평가해 볼 일이지만,
작가 출신이라 하니 플롯 자체는 기대해 볼 만할 듯 하다.
거의 주연과 조연 만으로 이루어진 작은 소극이지만
배역은 상당히 화려한데..
그들의 열연으로 스크린은 빛을 발한다.
특히 연기가 거의 처음이라는 성악 교수 아저씨의 연기는
구토할 것 같은 느끼함과 얍실함이 포인트 였다고 그야말로 최고다.
이문식이나 한석규에 전혀 처지지 않는.
조금 더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