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사랑한 예술
아미르 D. 악젤 지음, 이충호 옮김 / 알마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0세기 서양 사상의 흐름이 실존주의-구조주의-포스트모더니즘 등으로 흘러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공 탓에 이 흐름을 이끌었던 숱한 석학들의 글을 많이도 공부했었는데,

다만 체계적으로 줄기를 잡지 못하여 이리저리 공부했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입생 무렵 누구나 읽는 사르트르부터

90년대 초반 무렵부터 우리 나라에서 붐이 일었던 해체주의 열풍의 영향으로

데리다나 들뢰즈 같은 학자들을 거쳐,

푸코나 라캉 등으로 옮겨 다녀서 전체적인 흐름의 조망 보다는

단위적인 이해에 머물렀었다.

 

그래서 이 책에 매우 끌렸었던 것 같다.

 

레비-스트로스, 소쉬르, 피카소, 라캉 등은 알되,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부르바키라는 수학자.

그가 집합론을 집대성하고 그로부터 '구조'라는 개념을 쌓아올렸으며,

그 구조라는 수학의 방법론으로 문학, 예술, 철학 등 20세기 중반의 학문의 탄탄한 또 하나의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다.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지며 딴 세계 사람들 같이 느껴지며

위상수학이니 하는 단어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날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인문 사회과학도 였던 내 공부 저 깊은 곳에 수학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여러 명의 수학자들이 모여 만들어 낸 가공의 인물이란 점은 마치 소설을 보는 듯.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많은 수가 유태인이었던 그들이 전쟁을 겪으면서 다난한 삶을 살아냈다는 점을 보면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면도 있었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어느 정도는 부르바키 수학과 사조로서의 구조주의의 관계도 파악되어 좋았지만,

수 많은 사람들의 간략한 전기를 끊임없이, 시도때도 없이 나열하는 서술 방식은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뜨려 글의 흐름이 계속 끊겼다.

 

수학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보다는 위에 언급한 줄기를 잘 잡아주는 것이

이 책의 독자들에게는 더욱 유익한 서술이 아니었을까.

 

레비-스트로스를 다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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