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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사랑 ㅣ 판타 빌리지
리처드 매드슨 지음, 김민혜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사랑 이야기를 다룬 책이나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수 많은 이야기들을 좋아하지만서도 왠지 사랑 이야기들은 신파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고,
나름 감수성 예민한 성격임에도 도통 로맨스에는 무덤덤한 걸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책은 거의 집지 않았고 어쩌다 보게 되는 영화는 비평으로 난도질하여 버리곤 했던 것..
어느 날 인가 보게 되었던 영화 "Somewhere in Time" 역시
이것이 사랑 이야기인줄 알았으면 안 보았을 런지 모른다.
그러나 운명이었을까.. 내용이나 배경을 모른 채로 이 영화를 언젠가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1년에 300편씩 보는 영화중 그냥 한편으로 별 감흥없이 보고 있었다.
어허 크리스토퍼 리브가 나오네.. 시간 여행 이야기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내용도 뻔하고 결과는 보이는데
평소같으면 영 아니다, 해야 되는데 점점 영화에 빠져드는 것이었다.
75년의 사랑을 넘어 이루어진 사랑이 한 순간의 실수로 무너지고
그것을 너무도 안타까워 하는 남자..
결국 결말에서야 알았지만 영화의 처음에 등장했던 수십년 평생을 그리움 속에 살았던
75년 전의 여자..
사랑을 하게 되고
연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되어
소중한 반려를 옆에 둔지 2년..
이제는 사랑 이야기 책과 영화를 보면 무섭게 감정 이입이 된다.
더군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던가 하는 애절한 이야기나,
둘 중의 하나가 죽는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힘들만큼 이입되어 우울하게 되곤 한다.
보통의 내 모습을 아는 친구들은 이걸 알면 크게 웃을 텐데..
너무도 애절하게 엘리스를 찾는 리차드의 모습에 영화를 봤던 그 날 오후도 참으로 힘들었던 기억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영화에 원작 소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리차드 매드슨!
역시 이야기꾼은 다르다 싶었다..
호러든 SF든 뭐든 상상력이 뛰어난 이야기꾼은 어느 이야기든 쓸 수 있다.
영상을 통하여 이야기하므로, 관객의 상상력을 어느 정도 닫아버리는 영화에 비해,
텍스트로 이야기하여 독자로 하여금 무한히 상상하도록 만드는 책이 더 매력이 있지 않은가.
꼭 읽고 싶은 책이 되었고 그 책이 노블마인에서 나왔다.
제법 주툼한 책이었지만 짧은 호흡의 기술체 문장은 쉽게 읽혔다.
무엇보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리차드와 엘리스의 이야기가 글로는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너무도 궁금하여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이 아까우면서도 술술 넘어가게 된다.
거의 몇 시간 만에 다 읽었을 정도..
영화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지만
역시 감정 이입되며 그들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사실이었다면,,
그리고 그들이 저 세상에서나마 같이 있을 수 있게 되었다면 이라는 글 속 리차드의 형의 말이
정말로 그러했으면 하는 맘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서 다른 일 하고 있던 아내를 한번 본다..
애틋한 마음이 든다..
시간 여행을 다룬 책은 상당히 많지만
로버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과 비슷하게 현재와 과거가 물리는 구조.
그 구조 속에 애틋,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탄탄하게 물려진 플롯은 역시 리차드 매드슨의
탁월한 능력을 느끼게 한다.
아직 읽지 않은 노블마인의 또 다른 러브 스토리 책 <고스트인 러브>를 읽으러 가야 겠다.
계속하여 이러한 감정에 빠져 보는 것도 갑자기 쌀쌀해진 가을밤에 나쁘지 않으리라..
p.s
역자의 후기로 이 글과 영화의 배경이 되는 (관광지가 된) 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흐음 가보고 싶다..
아직 미국은 안 가봤는데 비자 면제되면 한번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