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인가.. 친구 집에 있던 세계 문학 전집을 너무너무 부러워 하다가 한권씩 한권씩 빌려 읽었던 시절.. 일본인으로서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끌려,, 또한 사춘기를 자극하는 '게이샤와의 사랑'이라는 소재에 더더욱 끌려 이 책을 집었던 기억이 난다. 몇 페이지 못 읽고 도로 갖다준 기억이 난다. 느낌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무지 재미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읽는 <설국> 엄청 재미있다!! 절제된 문체에서 뿜어나오는 극도의 서정적 예술성과, 심리, 풍경 등의 묘사. 그 안에 날카롭게 상징되는 의미들.. 짧은 중편이지만 읽는 내내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마치 날카로운 글씨에 쭉쭉 솟아나 있는 느낌이었다. 그 글에 찔리거나 베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한장 한장 읽어내림.. 과연 명불허전... 자신을 벼리다 못해 결국 자살까지 한 작가. 비슷한 류로 미시마 유끼오도 있겠지만, 그의 <금각사>와 같은 작품보다는 이 작품이 훨씬 마음에 든다. 예전에 구해 놓은 <산소리>도 어서 집어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