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잡지나 여러 매체에서 기사로 만나보았고
김점선 화백과 함께 만든 아주 예쁜 시집을 딱 한번 읽어 보았을 뿐
그녀의 산문은 한번도 접해 본적이 없습니다.
남들보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자신의 꿈을 이뤘고
교수라는 직함으로 살아가는 사람이었지만
독자들에게 글로써 그저 평범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내놓을 수 있었던
장영희, 그녀는 아주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이젠 다시는 그녀의 새로운 글을 만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이 책을 읽기가 아까워질 지경이었습니다.
그녀의 글을 읽고 있으면 참 사람냄새가 진하게 납니다.
영문학 교수이지만 교수라면 고상한 문화들 그림이나 클래식 등에 조회가 깊을 것이란
편견을 그녀의 글을 통해 깨어버렸습니다.
그녀도 그림이나 전시회 등에 따분해 하는 우리들과 다를 바 없는
그냥 평범한 모습에 무척 친근함이 느껴졌습니다.
가족과 친구, 제자들을 아주 아끼고 믿음을 소중히 여기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보다 보이지 않은 아름다움을 더 소중히 여기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장애인의 몸으로 교수라는 자리까지 올랐는데 암에 걸리다니,,,
아마 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아주 깊은 자기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바빴을 것 같습니다.
그녀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낼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감동적인 글들만 가득합니다.
죽었어도 잊혀지지 않은 사람은 죽은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말 그렇겠지요?! 장영희 라는 사람을, 그녀의 목소리를, 그 희망들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교수님 편히 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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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
데이비드 알몬드 지음, 김연수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다 쓰러져가는 집으로 이사 왔고, 얼마 전 태어난 여동생은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모든 게 엉망인 중학생인 마이클은 새로 이사 온 집의 차고에서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는
'그'를 만나게 되면서 겪는 변화들을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조금 의아한 점이 많았습니다.
마이클이 나중에서야 자신을 스켈리그 라고 밝힌 그를 도와주는 건 이해를 할 수 있었지만
스켈리그의 행동은 너무 의외였습니다.
그는 마이클에게 자신이 필요한 것을 요구할 뿐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아무도 아니라는 말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이클은 옆집에 사는 미나 라는 여자아이를 만나게 되는데
새를 좋아하고 그림과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좋아하는 그 여자아이도
새와 시에 대해 이야기 할 뿐 마이클이 자신이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장면 등은 거의 보이지 않지요.
보통 청소년 문학을 읽다보면 어려움에 처한 주인공이 새롭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형식으로 흘러가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아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럽고 위험해 보이는 스켈리그를 마이클은 최선을 다해 돌봅니다.
마치 자신이 그를 돌봐주면 여동생이 살아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스켈리그에게 약과 음식을 전해줍니다.
미나와 마이클의 보살핌 덕분에 스켈리그는 기운을 차리고 훌쩍 떠납니다.
선물로 하얀 깃털 3개를 남겨둔 체...
아이들은 마음의 키는 한 뼘 정도 자랐습니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내내 이야기 하고 있던 것도 그것이었습니다.
더럽고 시체같이 보이는 스켈리그를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그를 도와주는 아이들의 마음, 그 아름다운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나는 뭔가 커다란 교훈과 대단한 모험이야기를 상상한 탓에
책을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잔잔한 성장소설이라 생각하고 읽는 다면
아이들도 어른도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책을 빨리 읽지 못하지만 3시간 만에 다 읽어버릴 만큼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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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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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통일 후유증을 앓고 있는 독일을 보면서,

우리는 한 핏줄, 한 민족이라고 하지만 누구보다 경계하는 남한과 북한의 모습을 보고
한 탈북자와 대화 속에서 은근히 비치는 남한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적대감을 느끼면서
통일이 되면 ‘무척’ 혼란스럽겠다. 생각은 해봤었지만 그 ‘무척’이란 부분이 세세하게
어떤 혼란일지는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경제적 부담정도는 예상할 수 있었지만
이 책 속에 통일 대한민국은 지옥이었습니다.
주인공인 리강은 북한에서 군인이었고 통일이 된 이후 북한사람들로 이뤄진
대동강이란 이름의 조직에 부장이란 직함으로 조폭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리강을 둘러싼 조직의 배신과 범죄가 뒤섞인 무겁지만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사전조사를 얼마나 오래, 자세히 하셨는지 이 속에 설명되어 있는 북한의 모습은
피부에 와 닿을 만큼 선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통일 이후 일어날 수 있을 법한 불행들... 실업난으로 인한 범죄,
문화 차이로 인한 자살과 탈선, 주민등록이 실패해 대포인간의 탄생 등은
진짜 이런 일이 일어 날수도 있겠구나,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아니겠다 싶어
조금은 무섭기도 했습니다.
혹시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통일과 북한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강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만
오랜만에 이렇게 흡입력 있는 소설, 힘이 느껴지는 강한 소설, 반가웠습니다.
150~160쪽은 통째로 리뷰에 쓰고 싶을 만큼 속이 시원하면서도 가슴 아프고
‘어떠한 변화도 기대 하지마... 너무 많이 알고 있으려면 힘이 있어야 해,
힘이 없으면 말을 하면 안 되는 거고 왜? 죽으니까...’157p
너무 많이 알아서 힘도 없이 말을 했다가 죽어가는 사람들이 요즘에도 있지요.
여기서 죽는다는 건 꼭 목숨을 잃는다는 의미라기 보단
소신을 지키려다 파면당하는 교사들, 노동운동을 하다 자살하는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 더욱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 책의 형식과 내면은 근미래 가상 역사와 추리, 느와르와 스릴러, 블랙코미디와 멜로, 신화와 우화 등등이 원래 그런 것처럼 혼혈되어 있다.’ 작가의 말-59p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하기만 조직이지만 무당인 조직원이 있고
그가 쓴 부적을 붙이기도 하는 모순 된 장면이나
사람고기를 먹는 북한 사람이 있다는 루머에 황당해하는 대동강 조직원들의 모습 뒤로
누군가가 사람고기를 썰고 있는 모습이 오버랩 되는 장면은 영화 못지않은 스릴이 느껴집니다.
하나하나 소개하고 싶은 장면들과, 대사들이 이렇게 많은 책도 드물 것 같습니다.
상반기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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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진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쓴 작가의 신작이라 기대를 잔뜩 품었다가
일본영화 ‘연애사진’을 오마주로 쓴 작품이라는 얘기에 잔뜩 품었던
기대는 순식간에 푹 꺼져버렸습니다.
히로세 료코를 무척 좋아해 억지로라도 한번 보려고 했는데
인내심이 강한 나도 결국 백기를 들게 만들 만큼 지루했던 영화였거든요.
하지만 이 책 ‘연애사진’은 절대!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사람과 잘 친해지지 못하는 남자 마코토와
절대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될 비밀을 간직한 여자 시즈루가 만나 사랑하게 되고
헤어지게 되는 과정이 무척 아름다운 수채화 느낌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면서 뻔히 끝이 보이는데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여주인공의 용기에 놀라웠습니다.
분명 너무 너무 가슴 아픈 이별을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온 마음을 다 내어주는 그 사랑을 보면서
아프게 될까봐, 헤어지는 게 두려워 강아지를 무척 좋아하지만
키우지 못하는 내가 참 한심해보였습니다.

이 ‘연애사진’ 속 시즈루도 그렇게 용감한 여자입니다.
어린 아이 같은 그녀, 키도 작고, 아직 몽고반점도 갖고 있는, 사랑을 하면 안 되는
시즈루는 평생 단 한번의 그 사랑 앞에 온 힘을 다해 뛰어들었습니다.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너무 짧아 더욱 빛나는 청춘,
비틀비틀 서툴지만 그래서 더 빛나는 첫사랑의 순수하고 예쁜 순간이 잘 담겨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 좋았던 장면은 마코토와 시즈루의 첫 키스 장면이 3페이지에 걸쳐 쓰여진 부분이었는데요.
어찌나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지 빗속에서의 키스, 그 차가운 빗방울이
내 어께에도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특별한 연애소설을 만나게 되어 참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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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거짓말
기무라 유이치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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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척 귀엽고 발랄한 내용이었습니다.
일본 트렌디 드라마 한편 보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유명 시나리오 작가와 시골 아가씨의 사랑이야기라는 조금은 뻔할 수도 있을 줄거리지만
대충 마지막도 예상이 가는 책이지만 이상하게도 책을 놓기가 힘들 만큼 매력 있는 책입니다.
신데렐라 이야기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 등을 드라마나 책으로 많이 접해서
이젠 지루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었지만 이 책을 정신없이 읽고 나서 깨달은 것 같아요.
아마 평생 지루해지지 않을 이야기라는 걸 말입니다.
더 나은 이야기,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대감에 엄청난 스트레스로
단 한 줄도 글을 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고
결국 시골 마을로 도망쳐버린 시나리오 작가 나오키는
그 시골마을의 라면가게 아가씨 고토미와 사랑에 빠지고
시골마을에 따뜻하고 정 많은 이웃들을 통해, 사랑하는 그녀로 인해
다시 태어난 듯한 기분으로 용기를 얻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낮에는 시골마을의 바텐더 밤엔 시나리오 작가라는 이중생활을 시작합니다.
그 이중생활로 인해 유난히 피곤해하는 남자친구를 고토미는 이해할 수 가 없었지만
계속 참아주지요. 하지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은 예감에 불안해 하지만
나오키도 그녀의 불안을 눈치 채고 언제, 어떻게 자신의 거짓말을 고백해야 할지 고민하지만
당장 방영중인 드라마 대본이 바빠 자상하게 그녀의 불안을 끝내 주지 못합니다.
너무나 이기적인 그의 행동에 슬쩍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상대를 속인다는 건,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속인다는 건 분명 큰 잘못이지만
나오키는 자신의 이중생활이 그렇게 큰 잘못이 아니니 거짓말을 인정하고 사랑을 고백하면
분명 그녀는 받아줄 것이라는 어이없는 자신감에 가득 차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거짓말을 좀 더 감동적이고 로맨틱하게 고백할 방법을 찾기보단
한시라도 빨리 상대에게 솔직해지는 편을 택했어야 했습니다.
글쎄요... 행복한 거짓말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 속에서 거짓말이란 그렇게 큰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속일 밖에 없었고,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거짓말도 아니니
이해할 수 있는 거짓말 즉 행복한 거짓말도 있지 않겠느냐는 작가의 이야기는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결국 행복한 거짓말은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났지만 분명히 집어줄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모든 여자가 고토미 같지는 않다는 걸 말입니다.
그냥 소설인데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조금 거슬리는 부분이라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거짓말이 들통 나고 내 기준으로는 너무 쉽게 용서를 한 것 같아 조금 거슬렸던 것 같습니다.
근데 새벽 3시가 될 때까지 책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었으니 분명 재미는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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