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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연인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가족과 세상에게 상처 받고 지친 남녀가 만나 사랑하게 되고
각자의 아픈 과거와 너무 다른 서로의 환경에 좌절하고
잔인한 운명 앞에 삶을 포기해버리고 마는
이 ‘엄지 연인’은 문자로 사랑을 시작하게 된 스미오와 쥬리아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제목인 것 같습니다.
제목은 마음에 들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시다 이라의 전작을 읽어보았고 일본문학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라
책의 분위기나 대사 등은 그렇게 낯설지 않았으나
몇 주 만에 왕자의 삶을 살아온 스미오와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나쁜 아버지와 빈곤층 삶을 살아온 쥬리아가
서로가 없이는 살수 없다고 할 만큼 가까워지는 과정은 좀 억지스러웠고
연이은 불행 앞에 모든 걸 포기하겠다고 얘기라는 쥬리아에게
그 마지막까지 함께 하자는 남자 주인공의 행동은 아름다운 게 아니라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얘기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전혀 감이 안 왔습니다.
안타까운 운명 앞에 죽음까지 함께 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이었을까?
아름다운 자살?
‘아름다운 13월의 마오카’를 읽고 바로 이시다 이라의 팬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에 한동안 그 책을 볼 때마다 눈물이 났었는데
전작에 비해 깊이가 느껴지질 않았고,
아주 아름답게 그려진 ‘엄지연인’의 마지막 장면은 무섭고 정말 씁쓸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봐도 쥬리아의 운명은 너무 고통스럽지요.
암으로 죽어가는 아내를 온갖 상스러운 욕을 다 퍼부으며 구박했던 아버지에게
돈과 희망을 착취당하고도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떠나지 못해 병간호를 하고
빚까지 떠안은 그녀의 상황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되면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싶을 겁니다.
아주 비현실적이지만 스미오와 쥬리아에게 아주 작은 희망을 남겨놓은 체 끝을 맺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책 속에서 까지 아주 현실적인 결말을 보고 싶지 않았던 제 욕심이 컷 던 탓인지
안타까움이 많이 남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