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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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49쪽

내가 이만큼 살면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 세상에 육체적인 고통만큼 철저하게 독자적인 것도 없다는 거였다. 그것은 누군가 이해할 수 있는 것도, 누구와 나눠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는 말을 잘 믿지 않는 편이다. 적어도 마음이 아프려면, 살아 있어야 하니까.-96쪽

터무니없단 걸 알면서도, 또 번번이 저항하면서도,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의 모서리에 가까스로 매달려 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182쪽

어릴 땐 나도 내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몰랐어.
안다 해도 별 소용은 없었지.
항상 성경책을 끼고 다니는 이웃 아주머니는 내게 이런 말을 하셨어.
모든 고통에는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위로가 되지 않았지.
내게 필요한 건 의미가 아니었거든.

나는 그냥 내 나이가 필요했어.
그리고 지금도 그게 참 갖고 싶어.-266쪽

가져본 걸 그리워하는 사람과
갖지 못한 걸 상상하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불행한지 모르겠어.
하지만 굳이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전자일 거라고 생각해.-269쪽

사람이 사람을 그 정도로 보고 싶어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그리움이었다. 그래서 병실에 도착한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어마어마한 안도감을 느꼈다.-319쪽

오래전, 아무도 모르게 원망하고 서운해했던 기억도 굳이 헤집어내지 않았다. 이제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하나도 중요할 리 없었다. -322쪽

그러곤 남아 있는 힘을 가까스로 짜내 말했다.
"보고 싶을 거예요."-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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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언니, 여성을 말하다
양혜원 지음 / 포이에마 / 2012년 11월
구판절판


'바름'에 집착하던 젊은시절, 그리고 비판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그렇게 살기는 어렵다는 말이 사무치게 와 닿지 안던 시절에는 선택도 빠르고 화끈했다. 내가 정말 그러한 삶을 감당할 수 있는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감이나 시기심 없이 온전히 내 삶으로 다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정말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내 마음과 삶으로 다 받아들이고 끌어안았나, 나는 정말로 그것을 내 것으로 받아들였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24쪽

내 땅을 충분히 고르지 않은 상태에서 바른 것만 찾아다녔나 보다. 그래서 그것이 내 것이 되지 못하고, 공허한 선언으로만 남았나 보다. 내 토양이 준비된 만큼 내가 정말로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이뤄가며 살았더라면, 덜 위태하고 더 겸손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25쪽

하나님의 선한 뜻이 온전한 아기로만 확인된다면 이 세상에는 부정되어야 할 것이 너무도 많다. 나는 교회가 아이의 생명 앞에서까지 이런 성공주의를 보여주지 않길 정말로 바란다. 10주 된 아이건, 7개월 된 아이건, 10개월 된 아이건, 생명의 상실 앞에서 느끼는 비통함은 여느 성인 남자가 죽었을 때와 마찬가지의 무게다. 엄마의 몸에 그리고 아빠의 마음에 엄청난 폭풍을 일으키고 떠나간, 미처 태어나 자라지 못한 아기의 무게나 건강하게 잘 살다 간 성인 남자의 무게나, 우리가 새 몸을 받고 부활할 것을 생각하면 같은 무게다.-33쪽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렇게 어정쩡하기 때문에 보이는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의 제도가 전혀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제도의 혜택을 다 누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성주의 인식론에서 중요한 점이 주변인으로서의경험이다. 모든 사람에게 정의롭고 평등한 제도는 아직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제도가 누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지를 알려면 중심이 아닌 주변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45쪽

억지로 눌러놓은 것들은 언젠가는 튕겨 나오기 마련이다.아마도 더 이상 누를 힘이 없을 때 튕겨 나올 것이다. 나이 들어 힘이 빠져서든, 상황이 어려워서든, 눌러도 더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저장 공간이 다 차서든, 언젠가는 튕겨 나온다.

아무래도 처음의 이해가 잘못되었지 싶다. 성화의 길은 모든 인간적 욕망을 거세하고 무감동의 자세로 가는 길이 애초부터 아니었다.-120쪽

문제는 언제나 맥락이고 선이다.
어느 맥락과 관계에서 어떻게 발현되는 욕망인가. 그것이 나와 너의 선을 어떻게 지켜주고 때로는 기꺼이(자발성과 합의하에) 서로 넘어가는가가 우리의 욕망을 추하게도 아름답게도 할 것이다.-121쪽

자기화되지 않은 지식은 쉽게 무기가 된다. 판단하고 재단하는 무기가 되는 것이다. '사랑으로 진리를 말해야'하는데, 사랑이 되기 전에 진리를 말한다.-126쪽

번역서를 읽을 때의 함정은, 저자가 일차적 독자로 상정한대상을 잊어버리고 지금 그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저자가 염두에 둔 일차적 독자라고 착각하는 것이다.-190쪽

오늘날 우리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고통 없는 마취제가 아니라, 고통을 직면할 수 있게 해주는 은혜다. 그 은혜가 없다면 우리는 고통을 직면하기 힘들다.-203쪽

나를 지으신 분의 부름에 따라, 자기로서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은 모든 인생에 주어진 부름이다.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그 삶을, 그 생명을 격려하는 동지였으면 좋겠다. '무서의 뿔처럼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을 살되 함께 대화하고 격려하고 지지하고 때로는 조언하며 같이 가는 인생길이면 좋겠다.-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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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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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노인 알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기에 좀 복잡하다.

게다가 영감님 알란은 과거에도 지금도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니.ㅋㅋ

과거를 읽으면 어떤 일이 또 생길지 몰라 두근두근하고

현재의 일은 아직 진행중이어서 흥미진진하다.


자칫 우울할 수 있는 소재들이 있는데 무겁지 않으면서도 유쾌하게 끌어간다.

알란의 철학, 사고와 행동 방식이 단순하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역사적 사실에 끼워 맞춰 이야기를 만든 건 감탄할 만 하다.


몰입도 높음! 

그러나 너무 거대한 세계사가 펼쳐져서 약간 피곤.ㅋㅋ


나는 별 다섯 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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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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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은 방 안에 뭔가 신경질적인 기류가 흐르는 걸 느꼈고, 몇 해 전 자신이 쑹메이링을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누구나 자기 기분대로 행동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알란이 생각하기로는, 충분히 그러지 않을 수 있는데도 성질을 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어리석은 짓이었다.-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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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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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정원 의자에 앉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인생을 뒤돌아보니, 나라는 인간에게도 내가 쓴 소설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었던(그리고 지금도 있는)게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인간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소설을 쓰고 있으니, 누군가 뒤에서 손가락질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인격이나 작품에 대해 아무리 비난을 받아도, "미안합니다. 원래 상당히 문제가 있어서요."하고 마음 편히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105쪽

단 한 시간 비행하는 동안 이렇게 잇따라 방해를 하니 책 같은 건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아아, 그 '하늘을 나는 카펫' 같은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몽골 항공이 얼마나 그립던지.-108쪽

종종 상점가 정육점에서 금방 튀긴 크로켓을 산다. 그리고 옆집 빵가게에서 금방 구운 식빵을 산다. 그리고 근처 공원에 가서 식빵에 크로켓을 끼워 골치 아픈 일 같은 건 접어두고 그냥 먹는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맛집이 있지만, 기분 좋은 화창한 가을날 오후, 공원 벤치에 앉아 아무런 거리낌없이 따끈따끈한 크로켓빵을 베어먹는 기쁨에 필적할 만한 것을 선사하는 곳이 또 있을까? 아니, 없습니다(반어). 그나저나 이 책에는 먹는 이야기가 많군요.-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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