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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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정원 의자에 앉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인생을 뒤돌아보니, 나라는 인간에게도 내가 쓴 소설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었던(그리고 지금도 있는)게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인간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소설을 쓰고 있으니, 누군가 뒤에서 손가락질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인격이나 작품에 대해 아무리 비난을 받아도, "미안합니다. 원래 상당히 문제가 있어서요."하고 마음 편히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105쪽

단 한 시간 비행하는 동안 이렇게 잇따라 방해를 하니 책 같은 건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아아, 그 '하늘을 나는 카펫' 같은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몽골 항공이 얼마나 그립던지.-108쪽

종종 상점가 정육점에서 금방 튀긴 크로켓을 산다. 그리고 옆집 빵가게에서 금방 구운 식빵을 산다. 그리고 근처 공원에 가서 식빵에 크로켓을 끼워 골치 아픈 일 같은 건 접어두고 그냥 먹는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맛집이 있지만, 기분 좋은 화창한 가을날 오후, 공원 벤치에 앉아 아무런 거리낌없이 따끈따끈한 크로켓빵을 베어먹는 기쁨에 필적할 만한 것을 선사하는 곳이 또 있을까? 아니, 없습니다(반어). 그나저나 이 책에는 먹는 이야기가 많군요.-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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