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정원 의자에 앉아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인생을 뒤돌아보니, 나라는 인간에게도 내가 쓴 소설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었던(그리고 지금도 있는)게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인간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소설을 쓰고 있으니, 누군가 뒤에서 손가락질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인격이나 작품에 대해 아무리 비난을 받아도, "미안합니다. 원래 상당히 문제가 있어서요."하고 마음 편히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105쪽
종종 상점가 정육점에서 금방 튀긴 크로켓을 산다. 그리고 옆집 빵가게에서 금방 구운 식빵을 산다. 그리고 근처 공원에 가서 식빵에 크로켓을 끼워 골치 아픈 일 같은 건 접어두고 그냥 먹는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맛집이 있지만, 기분 좋은 화창한 가을날 오후, 공원 벤치에 앉아 아무런 거리낌없이 따끈따끈한 크로켓빵을 베어먹는 기쁨에 필적할 만한 것을 선사하는 곳이 또 있을까? 아니, 없습니다(반어). 그나저나 이 책에는 먹는 이야기가 많군요.-1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