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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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이 <옳은 것>을 이기기 시작한 시대였고, 좋은 것이어야만 옳은 것이 되는 시절이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였다. 학력에서, 경제력에서... 또 외모에서... 한눈에, 또 첫눈에 대부분의 승부가 판가름 나는 세상이었다. -75쪽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민주주의니 다수결이니 하면서도 왜 99%의 인간들이 1%의 인간들에게 꼼짝 못하고 살아가는지, 왜 다수가 소수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야. 그건 끝없이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기 때문이야.-174쪽

누구에게라도 사랑을 받는 인간과 못 받는 인간의 차이는 빛과 어둠의 차이만큼이나 커.


빛을 발하는 인간은 언제나 아름다워. 빛이 갈해질수록 유리의 곡선도 전구의 형태도 그 빛에 묻혀버리지. (중략)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볻도 아름답고 눈부신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과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무시하는 거야. 불을 밝혔을 때의 서로를...또 서로를 밝히는 것이 서로서로임을 모르기 때문이지. 가수니, 배우니 하는 여자들이 아름다운 건 실은 외모 때문이 아니야.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기 때문이지. -185쪽

즉 외모는 돈보다 더 절대적이야. 인간에게, 또 인간이 만든 이 보잘것없는 세계에서 말이야. 아름다움과 추함의 차이는 그만큼 커, 왠지 알아? 아름다움이 그만큼 대단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그만큼 보잘것없기 때문이야. 보잘것없는 인간이므로 보이는 것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야. 보잘것없는 인간일수록 보이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세상을 사는 거라구. -219쪽

그래서 와와


하는 거야. 조금만 이뻐도 와와, 조금만 돈이 있다 싶어도 와와, 하는 거지. 역시나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데 말이야. 보잘것없는 인간들에겐 그래서 <자구책>이 없어. 결국 그렇게 서로를 괴롭히면서 결국 그렇게 평생을 사는 거야. 평생을 부러워하고, 부끄러워하면서 말이야.-221쪽

우리의 손에 들려진 유일한 열쇠는 <사랑>입니다. 어떤 독재자보다도, 권력을 쥔 그 누구보다도... 어떤 이데올로기보다도 강한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들은 실로 대책 없이 강한 존재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가 부끄러워하길 부러워하길 바라왔고, 또 여전히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인간이 되기를 강요할 것입니다.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절대다수야말로 이, 미친 스펙의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와와 하지 마시고 예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서로의 빛을, 서로를 위해 쓰시기 바랍니다. 지금 곁에 있는 당신의 누군가를 위해, 당신의 손길이 닿을 수 있고... 그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말입니다. 그리고 서로의 빛을 밝혀가시기 바랍니다. -4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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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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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경로를 통해 추천받았던 책이라 기대를 잔뜩 하고 펼쳤다.

그런데,

읭?

낯선 문체와 편집에 당황해 처음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내, 나는 이 책에 밑줄을 그으며 읽고 있었다.

다른 분야도 아닌 소설을 보며, 무수히 많은 밑줄을 긋고 사진을 찍다니.

어떻게 이런 통찰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걸 어떻게 이야기로 쓸 생각을 했을까, 감탄하고 감탄했다.

 

읽은 지 꽤 됐는데, 사실은 감상을 남기기 쉽지 않아 미뤄왔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전해야 할지..

그냥 읽어보라는 말이라도 하려고, 남기는 포스팅.

 

한번쯤 읽어보세요.

(적어도 '작가의 말'이라도^^; 작가의 말은, 읽는 내내, 가슴이 쿵 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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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빵이 어때서? -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김학찬 지음 / 창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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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우연히 알게된 후로 관심만 가지고 있다가 드디어 봤다. 술술 잘 읽힌다. 처음에도 재미있고 다 읽고 나도 좋다. 무엇보다, 타코야끼가 너무 먹고 싶어진다. 타코야끼와 붕어빵을 묘사하는 솜씨는.. 하루키 에세이를 읽으며 크로켓을 사먹었던 경험을 되살린다. 타코야끼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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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이 -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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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한발 더 나아가는 재치있는 문장력, 아주 귀여운 소설의 발견!'

이 문구에 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그런데, 음, 기대와 달리 묵직한 느낌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에도 그랬고, 읽고 난 뒤에는 더 그랬다.

 

그 무엇도 중하지 않다는, 모든 것을 심드렁하게 대하는 '나'는 사실 중요한 것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미숙해서, 서툴러서 그렇게 지내온 것이 아닐까.

심드렁한 듯 보이는 태도 안쪽에는, 언제나 주변을 향한 애정이 있었고, 그 애정은 동영상을 통해 잘 드러난다.

작고 소소한 것을 바라보고 기억하는 모습.

풀어낼 줄 모르기에 누구보다 오래 아픔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 그렇다.

 

현재의 장면이 하나씩 영화처럼 나타나고, 이어서 과거를 이야기하는 지점은 새롭고 좋았던 것 같다.

과거의 사건과 장면에 한없이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이런 지점 덕분에 우울한 내용에 깊이 빠지지 않고 전환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소설 전반부에서부터 풍기는 무거운 분위기는, 분명 귀엽고 재치있는 문장이 가득함에도, 

마음을 쉽사리 놓지 못하게 한다.

'무슨 일이 생겼구나' 혹은 '생각보다 무거운 상처가 있나 보다'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성장의 진통을 담담하면서도 경쾌하게 담는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책 속의 주인공이 자신의 상처를 담담하게 표현하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비슷한 말이지만 전자와 후자는 분명히 다르다.)

 

너무나 오래도록 아파왔고 아파했던, 충분히 슬퍼하지 못해 슬픔에 휘둘리며 살았던 청춘들.

각자가 감내해야 하는 삶의 무게가 버겁고,

그래서 찬겸이만은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면 좋겠다. (화자도 말하듯이)

그러나 이 또한 삶이며, 우리의 현실과 멀지 않은 이야기임을 알기에.

보고 들었고 경험해왔기에. 담담하게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묘사를 하기엔 쉽지 않은, 절대 가볍지 않은 책.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가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겨내지 못해도 슬픔을 끌어안고 힘내어 현실을 살아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제 서른, 앞으로도 자라갈 날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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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코리안 델리 - 백인 사위와 한국인 장모의 좌충우돌 편의점 운영기
벤 라이더 하우 지음, 이수영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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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책이다. 

그게 언제부터였는지, 어쩌다 알게 됐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금요일 저녁이면 건대에서 데이트를 하던 그 때에,

반디앤루니스에서 이 책을 찾아봤던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족히 2년은 넘었다.

처음 집어 들고는 내 상상보다 두꺼워 놀랐더랬다.


아무튼 각설하고,

오래도록 읽고 싶었던 그 책을 드디어 읽게 됐다.

여러모로 흥미롭고, 관심을 두게 되는 이야기들. 책 자체는 참 재미있었다. 

게다가 작가의 유머러스한 글쓰기 방식도 재미있고, 실제 이야기라서 실감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소설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내게 뉴욕은 정말 별로인 도시가 되었다.

이후에 날 기다리는 책이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인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뉴욕에 대한 내 마음이 어찌될지;;


아무튼 추천할만한 책!

미국의 문화를 배우기에도, 이주민들의 삶을 엿보기에도, 다양한 사람이 함께하는 세상을 그려보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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