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이 - 제7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보다 한발 더 나아가는 재치있는 문장력, 아주 귀여운 소설의 발견!'

이 문구에 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그런데, 음, 기대와 달리 묵직한 느낌이다.

소설을 읽는 동안에도 그랬고, 읽고 난 뒤에는 더 그랬다.

 

그 무엇도 중하지 않다는, 모든 것을 심드렁하게 대하는 '나'는 사실 중요한 것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미숙해서, 서툴러서 그렇게 지내온 것이 아닐까.

심드렁한 듯 보이는 태도 안쪽에는, 언제나 주변을 향한 애정이 있었고, 그 애정은 동영상을 통해 잘 드러난다.

작고 소소한 것을 바라보고 기억하는 모습.

풀어낼 줄 모르기에 누구보다 오래 아픔에 영향을 받는 모습이 그렇다.

 

현재의 장면이 하나씩 영화처럼 나타나고, 이어서 과거를 이야기하는 지점은 새롭고 좋았던 것 같다.

과거의 사건과 장면에 한없이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이런 지점 덕분에 우울한 내용에 깊이 빠지지 않고 전환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소설 전반부에서부터 풍기는 무거운 분위기는, 분명 귀엽고 재치있는 문장이 가득함에도, 

마음을 쉽사리 놓지 못하게 한다.

'무슨 일이 생겼구나' 혹은 '생각보다 무거운 상처가 있나 보다'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성장의 진통을 담담하면서도 경쾌하게 담는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책 속의 주인공이 자신의 상처를 담담하게 표현하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비슷한 말이지만 전자와 후자는 분명히 다르다.)

 

너무나 오래도록 아파왔고 아파했던, 충분히 슬퍼하지 못해 슬픔에 휘둘리며 살았던 청춘들.

각자가 감내해야 하는 삶의 무게가 버겁고,

그래서 찬겸이만은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면 좋겠다. (화자도 말하듯이)

그러나 이 또한 삶이며, 우리의 현실과 멀지 않은 이야기임을 알기에.

보고 들었고 경험해왔기에. 담담하게 표현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묘사를 하기엔 쉽지 않은, 절대 가볍지 않은 책.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녀가 이겨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겨내지 못해도 슬픔을 끌어안고 힘내어 현실을 살아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제 서른, 앞으로도 자라갈 날이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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