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파트리크 쥐스킨트를 접한 것은 좀머씨 이야기를 읽게 되므로해서이다.

좀머씨이야기를 읽는 동안에도 익히 전부터 들어왔던 쥐스킨트라는 작가의 성격에 대해서 마치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인양 느껴지고는 했다.

좀머씨라는 사람에 자신의 일부분을 투영한 듯한 느낌...

그러나 향수는 그에 비해 훨씬 더 파격적이었다.

좀머씨는 단순히 대인에 대한 기피현상이나 소외 이런것을 대변했다면 향수에 나오는 그르누이는 그보다는 훨씬 더 복잡 미묘한 캐릭터였다.

나 또는 이세상에 어떤 사람도 그르누이처럼 천재적인 후각을 가졌거나, 자신에게서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거나, 더욱이 그런 조건 속에서 사람과 세상에 대한 환멸을 느껴 자신의 재능으로서 그러한 것들을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르누이는 말 그대로 너무나 가공적인 인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그르누이에서 나의 모습을, 우리 이웃의 모습을 발견했다. 다소 평범하지 않게 택해진 소재속에 더욱더 기괴하게 주인공의 캐릭터가 설정되어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르누이의 일부를 따다 만든 축소판이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문장의 호흡력과 독자를 끌어당기는 흡인력, 독특한 소재로 읽는 사람의 구미를 당기는 그런 흥미의주의 요소 밖에 인간의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또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었다.

흥미와 메세지를 모두 겸비한 최고의 책을 읽을 기회를 나에게 만들어준 파트리크 쥐스킨트! 나는 그에게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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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5-12-02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기작가들은 왠만하면 좋아하지 않게 되는 편이지만, 저도 파트리크 쥐스킨트 굉장히 좋아합니다.ㅇ.,ㅇ
저에게는 뭐니뭐니해도, "향수"가 가장 뇌리에 꽂혀버린 책이었는데요.
아주 간략하게 글을 쓰면서도, 그 고독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은둔자적인 느낌이 아주 효과적으로 전할수 있는 멋진 작가라고 생각해요!>ㅅ<
친구중 하나는, 마지막 그루누이의 자살씬이 전혀 충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하던데, 아마도 그 친구는 그런 기이한 현상을 너무 쉽게 납득한듯!!!

구루마 2005-12-04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갓 갓난아기 모습을 벗어나고 있는 이곳에 오셔서 제 글을 읽으셨다니 ㅋ
주변에 그런 친구들이 있지요 ㅎ
그런 친구와 대화를 하다보면 그 친구의 변태성 내지는 섬뜻함을 비판하기보다는 왠지 내 소심함을 먼저 탓하게 되고 그러더라구요 ㅎㅎ
소심인지 상상력 부족인지조차 확신이 안서는 가운데 그런 기분이 들어요 ㅎㅎ
저는 제가 문장을 쓸때(문장이라기 그렇지만; ㅋ) 호흡이 지나치게 긴편이라서 간략하면서도 강한(그로테스크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것을 말한다기보단 의미가 짙은 문장을 말해요) 문장을 내뱉는 작가들을 존경까지 하는 수준이예요 ㅎ
그래서 요시모토 바나나와 쥐스킨트가 좋더라구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