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경제학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경제란 시장과 가격과 공급에 관한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괴상하며 과연 이것이 경제학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저자는 경제학를 사회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에 대한 수학적이고 통계적인 분석이라고 정의함으로써 경제학의 범위를 한층 넓혀놓는다. 저자의 업적(?)들이 경제학에 속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이 책은 고전적인 경제학의 근본적인 가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인센티브에 대해 재치있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성(rationality)은 "인간은 인센티브에 따라 행동한다."에 다름 아니다. 단순히 사람은 "더 이익이 큰쪽을 택한다"는 말보다 훨씬 사실에 근접한 말일 것이다. 인센티브는 비단 돈뿐만 아니라(물론 이것은 우리 인센티브의 상당부분을 차지하지만) 명예, 감정적 충족감, 도덕적 만족감 등 인간의 감정도 포함한다. 금전적 손해는 있지만 도덕적으로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는 여전히 인센티브에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돈과는 달리 감정은 측정할 수 없다는 상당한 난점을 가지고있지만...) 베이글을 공짜로 가져갈 수 있음에도 돈을 내는 행위는 언뜻 (경제학적으로)비 합리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양심까지 고려한다면 역시 합리적인 행동이 될것이다.(푼돈을 아끼려고 양심에 가책을 받느니 그냥 돈을 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이런 인센티브에 대한 개념은 게임이론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게임이론에서는 종종 사람들을 윈-윈하는 행동으로 유도하기 위해 강력한 음(-)의 인센티브를 사용하고는 한다. 예를 들어 범법자에게 중한 형벌을 내리는 식이다. 이는 언뜻보기에 커다란 사회적 비용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그런 음의 인센티브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고 실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는 않기때문이다. 음의 인센티브는 일종의 협박인 셈이다. 이 책의 탁아소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음의 인센티브는 사람의 행동을 억제할 수 있을 만큼 커야한다. (이 음의 인센티브가 충분히 크다면 실제로 발생하지는 않으므로 상한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즉 벌금이 천만원이든 1억이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인센티브와 더불어 저자는 경제학의 무기 중 하나인(통계학, 물리학등의 무기이기도 한) 회귀분석을 이용해서 자기 이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한다. 회귀분석은 수집한 통계자료가 어떤 경향을 보이는 지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한 해의 "맑은 날"과 "벼의 수확량"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아니면 없을까? 이를 알아보는 방법은 매 해의 "맑은 날" 수와 "벼의 수확량"을 이용해 회귀분석을 하면 된다. 언뜻 상관없어 보이는 두 수치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이 마술과도 같은 방법은 이 책은 모든 곳에 사용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름다운 모델과 공식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에 경제학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는 것을 반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름다운 경제학은 막다른 골목에 부딪치고 있으며 복잡한 세상은 아름다운 경제학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추잡해 보인다.(이는 엄청나게 똑똑한 경제학자들이 너도나도 주식이나 채권으로 떼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와도 일치한다.)  이 책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범위를 그런 복잡한 실제 세상으로 넓히고 세상을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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