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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 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유재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5월
평점 :
요즘은 학교서 하는 체육대회도 레크리에이션 업체에 외주를 맡긴다. 전문가들의 프로페셔널한 진행 하에 이뤄지다 보니 확실히 예전보다 더 흥겹고 즐거운 체육대회가 된 것 같다. 체육대회의 피날레는 모두가 흥겹게 춤을 추는 ‘댄스 타임’이 거의 확정적으로 정해져 있다. 요 몇 년간 그러지 않았는데, 올해는 당혹스럽게도 갑자기 담임 선생님들과 학급 아이들이 같이 춤을 추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당황해하는 나를 아이들이 손을 잡고 이끌었다. ‘선생님은 춤 못 춰.’ 우리 반 익살꾼이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선생님 춤은 그냥 추는 거죠.’
그 유명한 ‘조르바의 댄스’ 부분을 읽었을 때, 난 올해 있었던 체육대회의 피날레를 떠올렸다. 아이들은 조르바만큼 훌륭한 멘토들이다. 또 이렇게 아이들에게 배웠다.
내가 춤을 못 추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교사지만 은근히 무대 공포증이 있다. 학생 시절에 농구 선수셨다가 체육 선생님이 되신 아버지도 내 몸짓을 보고 일찍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넌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난, 계획되지 않은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는 심각한 젬병이었다.
과거는 회한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각성을 방해한다. 미래는 미지의 불안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의 각성을 방해한다. 계획은 미래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즉 이렇게 이렇게 할 것이라는 마음의 설계도를 구축하는 것이 계획인데, 이것이 잘 갖춰지지 않으면 나는 쉽게 불안에 빠지곤 했다. 내가 춤을 못 춘 건 몸은 손은 이렇게, 다리는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는 계획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조르바가 내게 알려준 것은 춤은 현재 흘러나오는 선율에 몸을 맡기는 것, 그 이상 그 이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즉 현재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을 때 과거의 회한과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우리는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르바가 외치는 자유의 본질이었다.
내년에는 꼭 아이들과 즐겁게 춤 추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