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 오늘의 젊은 작가 26
김병운 지음 / 민음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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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동물이다. 그러기에 거의 모든 언어에는 시제 표현이 있다. 어떤 언어에는 미래시제 표현은 없을지 몰라도, 거의 모든 언어에는 과거 시제 표현과 현재 시제 표현은 존재한다. 그만큼 인간에게 있어 과거와 현재의 길항이 중요한 것이다.

 

인간을 심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과거이다. 과거는 이미 흘러 가버린 것이기에 물리적으로 실체가 없고, 다시 재현할 수 없으나, 과거의 망령은 현재의 를 끊임없이 맴돈다. 과거의 과오는 현재에의 각성을 방해하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다.

 

과거에 실패한 인간은 현재를 제대로 살 수 없을까. 그런 사례를 수도 없이 많이 봤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또 우리는 살아간다. 과거의 실패와 상처가 내면을 향하는 지독한 내성 발톱형 인간인 나도 잘 산다.

 

그것은 치열한 반성과 성찰로 수정된 과거를 현재에 반영하는 힘이 인간 누구나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정되어 재구성된 과거를 양심, 혹은 신념이라는 말로 바꿔도 괜찮을 것 같다. 인간의 양심과 신념 비교적 굳건한 물성을 가지고 있다. 양심과 신념을 방패삼아 밀고 나가면, 또 우리는 살 수 있다.

 

그래서 소설의 2장이 깊은 울림을 준다. 잘못된 과거로 인해 소실되어버린 김영우 감독의 영화를 공상표가 다시 쓰는 행위는, 잘못된 과거를 수정하여 현재에의 양심으로 삼아 현존하고자 하는 행위처럼 보인다.

 

스스로 망쳐버렸다고 여겼던 과거가, 그래서 현재의 삶을 놓게 만들고 싶었던 과거가, 다시 살아가야 할 힘으로 전환되는, 지극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치열한 생존법이 여기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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