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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8
윌리엄 S. 버로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민음사 / 2025년 5월
평점 :
‘고독’이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 매우 쓸쓸함’. ‘홀로 떨어져 있음’이라는 풀이에서 알 수 있듯 고독의 전제는 ‘단절’이다.
‘단절’의 상보반의어는 ‘연결’이다.
“정말 혼자인 사람은 아무도 없어. 누구나 살아 있는 것 모든 것의 일부야. 문제는 ‘너는 나의 일부’라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거야.”
우리 모두는 항상 관계 속에서 ‘증명(설득)’하려 한다. 너와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 연결이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비록 그것이 외부의 시선에서 볼 때 허약한 관계라 할지라도.
속되게 말하면 추잡스러울 정도로 ‘리’는 ‘앨러턴’에게 이 증명에 집착한다. 이런 식의 애정 서사는 요즘의 관점에서 정말 별로지만, 이 소설이 해부하고자 했던 건 그런 애정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영원한 과업과도 같은 ‘고독감’일 것이다.
학교에서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은 연결감에 기인한 것일테다. 부족한 인간이지만 그래도 따르는 아이들이 있고, 또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래서 학교에서 이어폰이 쓰일 일은 없다(일은 잔뜩 있는데 교무실이 너무 시끄러우면 가끔 꺼냅니다).
어쨌든 ‘리’의 황당한 ‘야헤(텔레파시를 가능케 한다는 식물)’ 탐험은 이 소설의 역설적인 절정이다. 텔레파시를 통해 ‘앨러턴’의 마음을 보고 싶어하는 그는 야헤가 상대의 마음을 투명하게 비춰주는 유리벽처럼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유리벽 뒤에는 검은 칠이 되어 있었다. 한 면이 검게 칠해진 유리벽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리’가 목격한 자신의 모습은 자명하다. 갈구하는 상대의 마음을 보고자 했던 이 행동이 자신의 사무친 고독과 마주하는 행위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