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김병운 지음 / 민음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수자라는 단어는 통계적이라서, ‘다수자의 반의어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수효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정해지는 사회적 위치이다. , ‘소수자소외자가 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취미, 학력, 직업의 소수성은 소위 힙한 것이 되지만, 유독 이 사회는 성적 지향의 소수성에 엄격하다. 누구의 인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님에도 어떤 사람들은 무례하게도 이걸 증명하여 자랑스러워하라고 강요하거나, 또 어떤 사람들은 쉽게 혐오한다. 슬프게도 후자는 익숙한 문제라서 새롭지 않지만, 전자 역시 폭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이건 다수와 소수의 대립 문제도 아닌 게 소수자 내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된다. 표제작인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의 게이인 는 무성애자를 아무 감정도 못 느끼고’,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존재로 함부로 규정 짓는다. 무의식적으로 무성애자를 소외자로 배척하는 판단이다.

 

인간은 딱 자기가 아는 만큼, 자기가 경험한 만큼의 영역에서만 상상한다. 인간의 가장 큰 강점이 상상이라고 했지만, 협소해지려 하면 끝도 없이 협소해질 수 있는 게 인간의 상상이다. 인간의 상상은 자아의 제약에서 벗어나 상대를 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다.

 

그래서 상상할 수 없다면,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그 모든 말들을 유예하는 것도 배려가 될 수 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