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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콜디스트 윈터 : 한국전쟁의 감추어진 역사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 이은진.정윤미 옮김 / 살림 / 2016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우리는 전쟁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고 흔히 표현한다.
그러나 불과 100년도 안된 시기에 이 땅에는 실제로 전쟁이 있었다.
당사자인 우리에게는 큰 상처와 기억으로 남아 있지만 미국 역사에는 '잊혀진 전쟁', '불쾌한 전쟁'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당시 참전한 미군들에게도 이는 큰 상처가 되었다고 한다. 참혹한 전쟁 뒤에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으면서 살아 남았는데 자신이 충성한 조국에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으니 얼마나 외롭게 전쟁의 트라우마와 싸웠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책속에서 실제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인들은 한국전쟁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함께 참전한 전우들과의 이야기 외에는..
이 책에서 전쟁의 당사자인 '우리'의 시각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 군인들의 이야기와 한국전쟁을 중심으로 한 미국정치, 중국정치, 그리고 소련, 일본 등의 국제정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과장을 좀 보태면) 전쟁의 당사자였던 북한은 사건을 일으킨 사고뭉치, 남한은 이를 조장한 사고뭉치2, 그리고 막상 전쟁이 터졌을 때는 엑스트라 쯤으로만 나온다.
물론 우리가 주도할 수 없는 상황의 국제 정세였다는 것은 팩트일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통해 엄청난 희생자가 나온 것은 우리였고 엄청난 피해를 본 것 또한 우리였다. 물론 전 세계에서 참전한 연합군과 중국 또한 엄청난 인명 피해가 있었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배제된 것은 서운하긴 하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책은 분명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책을 쓴 목적 자체가 우리의 이야기이지만 제3자로서 참여했던 이들의 시각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로 인해 우리가 애써 볼 수 없었고 알지 못했던 미국 정치의 민낯과 중국의 당시 상황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인천상륙작전의 영웅인 맥아더의 실체, 중국군의 참전을 결정한 마오쩌둥의 목적, 그리고 이를 외면한 스탈린 등, 책을 읽다보면 한국전쟁이 왜 이렇게 진행이 되었고 끝나지 않은 전쟁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역사에서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 '불쾌한 전쟁'이라고 하지만 책의 말미에 참전했던 미군이 다시 한국에 방문하였을 때 큰 자부심을 느끼고 한국에 애정을 느낀다는 부분은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전쟁에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공산주의자들이 남한을 차지하는 것을 막아'냈고 그 결과 한국이 이만큼 발전한 것을 보니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한 일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한국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모든 군인들에게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큰 빚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나름 잘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진 빚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역사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너무나 쉽게 보내는 한 순간순간이 누군가의 희생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느낀다.
항상 긴장만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너무나도 헛되이 보내는 이 순간을 좀 더 소중히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 순간을 만들어준 분들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