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역 옥루몽 1 - 대한민국 대표 고전소설
남영로 지음, 김풍기 옮김 / 그린비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인생이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인생의 덧없음을 얘기하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세상사를 다 겪어 내고도 더 분간할 수 없는 안개 속에 싸여 알 듯 말 듯한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이 동물 세계보다 더 낫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살아온 만큼씩 겪어온 만큼씩 사람마다 제각기 자신만의 인생관을 형성하기 마련이다.

  <옥루몽>은 천상계에서 지상계로 유배온 문창성군의 현신인 양창곡과 그의 다섯 부인들이 펼쳐내는 파란만장한 인생살이가 흘러 넘친다. <심청전>이나 <춘향전>처럼 고전소설에는 특정한 삶을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옥루몽> 역시 지고지순한 사랑을 대표하는 성격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여 사건을 이끌어 나간다. 그러나 조선 시대에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남성들에 비해 자유롭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강남홍과 같은 인물은 여성이지만 상당히 자유분방하며 호기로운 모습까지 지니고 있으며 자신의 배필로 정한 양창곡의 삶을 이끌어 주는 스승의 면모까지 지니고 있는 점은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일반적 여성상과는 거리가 있다.


  <구운몽>처럼 꿈 속을 노니는 몽유 과정이 등장하는 소설 부류에서는 흔히 인간의 삶에서 부귀영화는 덧없고 허무한 것이라고 넌지시 일깨워 준다. 이와 달리 <옥루몽>은 인생의 부귀영화가 헛되고 덧없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간 현실에서 누구나 꿈꾸는 부귀영화를 맘껏 누릴 수만 있다면 누려 보라고 조언해 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단지 자신이 누리는 부귀영화가 제 분수에 맞는 적당한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성찰만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살짝 귀뜸해 주기는 한다.


  조선 시대 소설들이 대체로 중국을 시간적·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되어 있듯이 이 소설에서도 <삼국지>에 버금갈 정도로 장대하고 웅장한 무대에서 인물들이 펼치는 삶에 모습은 한 편의 대하 드라마를 보는 재미와 다르지 않다. 서양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우리들에게 우리의 정신세계에 오랫동안 침잠해 있던 유교·불교·도교 사상이 낡고 쓸모없으며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무의식 중에 우리가 쓰고 있는 일상 표현들 속에서 아직도 그러한 정신세계가 남아 있음을 되새기게 한다.


  시기와 질투가 판치는 사랑살이, 음모와 알력으로 수놓은 권모술수의 정치살이. 삶이 사람을 지치고 힘들게 만들 때는 바로 인간이 서로를 헐뜯고 생채기 내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넘쳐 날 때이다. 살림살이가 각박해질수록 시들해지는 인정이 못내 그리운 요즘, 우리 선조들 역시 우리네와 같은 고민으로 살고 있음을 엿볼 수 있으며 위안을 주기도 한다.

 

  아무리 인생이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며 무슨 생각과 무슨 실천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꿈이 아닌 깨달음에 이르는 수도의 길임을 알 수도 있다. 삶은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다시 천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인물의 질곡어린 삶을 펼쳐내는 ‘적강소설’로서 <옥루몽>에서 유배된 양창곡이 다시 천상으로 돌아갈 때 어떤 깨달음을 얻고 돌아갈 것인까? 궁금하신 독자들은 다음 권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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