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들판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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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수 없다면, 그렇다면, 즐기는 것, 오늘을 살 뿐, 그저 오늘을 견디며 살아갈 뿐…… 내일이 오면, 오늘이 되는 그 내일을.-113쪽

함께 자는 것, 총을 사는 것, 만져보는 것, 악착같이 돈을 버는 것도 어쩌면 사랑이겠구나, 하고 그녀는 문득 생각했다. 포옹하지 않고, 섹스하지 않고, 움켜쥔 것을 놓고, 열쇠를 던져버리는 것이 때로는 그럴 수 있듯이.-151쪽

시간은 내 곁의 것들을 잡아다 뒤로 밀어버린다. 앞으로 달려가는 것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뒤로 멀어져가는 것은 보내야 했다. 돌아볼 수 는 있지만, 달려가 붙잡을 수 없는 거, 바꿀 수도 없는 거, 수선할 수도 보수할 수도 없는 거. 헤어짐이란 결국 돌이키고 싶은 갈망으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현실로 건너가는 일이라는 것도 지난 육개월간 그녀는 실컷 깨달았다.-196쪽

상처입어본 자는 상처입어보지 않은 이들을, 그 무모함과 그 무구함을 두려워하는 법이니까. 남들이 상처입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상처입지 않거나 상처를 딛고 일어서버린 자는 그러므로 영원히 여기저기를 쫓아다니며 덤벼드는 인간으로 보일 테니까, 그들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아도 방어해야 하고 그래서 그 둘은 결코 섞일 수 없는 종족이 되는 걸 테니까. 그래서 상처를 입고 상처를 이겨내지 못한 자는 어쩌면 상처를 딛고 일어선 자들을 영원히 질투하는 것일 테니까.-204쪽

이미 지나가버린 것이 인생이고 누구도 그것을 수선할 수 없지만 한가지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그건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상처를 기억하든, 상처가 스쳐가기 전에 존재했던 빛나는 사랑을 기억하든, 그것을 선택하는 일이었다. 밤하늘에서 검은 어둠을 보든 빛나는 별을 보든 그것이 선택인 것처럼.-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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