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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써바이 써바이 - '온 더 로드'의 박준, 길 위의 또 다른 여행자를 만나다
박준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버스보다 기차와 지하철이 좋다. 지하철이나 기차는 서서 가도 책을 편히 읽을 수 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는 책 읽기가 어렵다. 요새는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타고 등교해야 하는 상황이라 버스 안에서 책을 읽는데, 이 경우 어느 지점을 지나면 100% 멀미가 온다. 그래도, 책을 펴자마자 멀미가 왔었던 시절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다. 서울에서 군산 집에 내려갈 때 버스가 20분에서 40분 정도 빠르다. 가격도 일반 고속을 타면 버스가 저렴하다. 터미널이 역보다 집에서 훨씬 가깝다. 전체적으로 따지면 버스>기차 다. 그래도 굳이 기차를 타는 이유는 책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다. 왕복 7시간 동안 못 해도 2권 많으면 3권까지 읽을 수 있다. 바리바리 싸들고 간 책들을 읽다보면 어느 새 집에 도착하곤 했다.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는 이번 집에 내려가는 길에 뚝딱 뚝딱 읽었다. 한 번에 책을 끝까지 읽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른다. 흐름이 끊기지 않아 좋았다.
돌아오는 7월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 정신적 지주였던 김기훈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배낭여행의 시작은 무조건 동남아라고 했다. 거기서 세계의 많은 여행객들을 만나고 느끼라고 했다. 세뇌 아닌 세뇌를 당한지라 무조건 동남아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유로화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올라있어 유럽은 생각할 수 없었다. 함께 가는 친구와 둘 다 가난한 학생 신분이라 여유를 부리기 어려웠다. 여러 이견 없이 동남아 25일 코스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우기가 찾아온다는 7월의 동남아는 어떨까? 순전히 배낭여행 지식을 얻으려고 도서관에서 책을 찾다가 여행 책들 사이에 꽂혀있던 써바이를 발견했다. 자주 가는 취업사이트(?)에 한 건의 글이 올라왔었다. 글쓴이는 올해 26살 여자고 2년 간 해외 봉사를 떠날까 말까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다녀오면 28살인데 가있는 동안 당연히 취업준비는 못 할테고 그런 상태에서 돌아오면 제대로 취업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내용이 글의 요지였다. 간다, 안 간다. 수많은 리플이 달렸는데 그 리플 중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가 있었다. 리플 덕분에 좋은 책을 보게 되었다.
책은 작가가 캄보디아 여행을 하며 느낀 개인적 기록 조금과 그곳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사실, 써바이-를 보자마자 느낀 건 '책이 너무 예쁘다'였다. 북 디자인의 중요성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합본을 보며 절절히 느꼈지만 이번에는 다른 느낌의 예쁘다-였다. 적절한 사진배치와 전체적 느낌이 좋았다. -여행 에세이 책들은 대부분 사야겠다, 사야겠다- 군침을 흘릴 만큼 책이 예뻤다. 읽고 나면 빌려 읽길 잘했다는 책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겉면만 느낌이 좋은 건 아니었다. 내용도 사상(??)에 부합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렇게 살다보면 죽을 때 뭐가 남을까. 정말 좋은 차사고 좋은 집사고 그런 게 행복한 걸까.
내 나름대로의 답변은 그건 사람마다 달라-다. 캄보디아로 떠난 사람들은 좋은 차와 집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어서 봉사하는 삶을 택한 거고, 한국에 사는 사람들도 남아있다고 모두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분명 행복하게 살아간다. 나는 중간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누구나 그런 건 아니지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도 처음엔 이력에 한 줄 넣어보려는 마음 때문이었다. 책에서 캄보디아로 일주일 간 봉사활동 간 대학생들처럼 이력서나 채워보려는 순수하지 못한 마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자소서에 늘 넣는 이야기지만 내가 행복해서 계속하고 있다-많은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서 활동한 내용이 이력에 도움이 되지 않겠구나,는 깨달음도 얻었다-. 책 속의 이기원씨의 말처럼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좋아서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삶을 꿈꾼다. 그걸 실행에 옮기지 못 하고 꿈으로 남겨두는 이유는 '현실'이 막아서 일 것이다. 이게 걸리고 저게 걸리고 여유가 없고.. 이유를 대자면 끝도 없이 말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마음속에 한 움큼의 씨앗이라도 있다면 지금 바로 봉사를 시작하라. 지금 나누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나누지 않을 것이다. 장소가 해외든 국내든 그건 중요치 않다. 누군가와 나눌 때 행복해지는 게 어떤 건지 느낀다면 당신도 봉사중독(?)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런 저런 봉사활동을 해오며 중독 증세를 보이는 대학생들을 여럿 만났는데, 그들의 삶이 얼마나 반짝이고 행복해보였는지 모른다. 이거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나누면 행복해진다. 즐거워진다.
사족.
배낭여행을 처음 계획했을 때 책을 보며 관광지를 돌아다니려고 했다. 세계의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써바이-를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결정할 수 있겠지만 여행 계획이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 친구에게도 언제나 써바이 써바이를 추천해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