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장 지글러는 내가 존경하는 사회학자이며, 활동가이며 전문가다. 넌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일말의 주저도 없이 "한비야와 장지글러"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이유. 한비야와 장 지글러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기에 롤 모델로 저 두 사람이 된 것일까. 일단은 두 명 다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 들이다. 내가 언제나 꿈꾸는 삶은- 사무실이나 방구석에 처박혀서 책이나 떠들어보는 책상 위의 생각'만'하는 삶 말고, 생각을 현실화 하려 움직이는 부단히 현장에서 뛰는 삶이다. 활동가라는 이유 말고도 두 사람이 내게 위인이 된 이유는 또 있다. 앞의 이유와 모순되게도 저들은 언제나 공부한다. 많은 책을 보고, 더 많은 책을 쓴다.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라는 캐치가 정말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이다. 나는 두 사람의 책을 보며 자랐고, 앞으로 더 많이 크려고 애쓰는 중이다. 오늘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두 사람 중 한사람인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굳이 책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책 내용이 훤히 보이는, 적나라할 정도로 확실한 제목이다. 책은 제목에 대한 답변이 내용의 전부다. 책을 대충 훑어보면 해제, 한국어판 서문, 책 본문, 에필로그, 후기, 부록, 옮긴이의 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해제, 에필로그, 후기, 부록 4가지이다. 책의 1/4를 차지하고 있는 이 내용들은 어느 하나 빠뜨릴 것이 없으며 본문보다 더 중요하다 말 할 수 있다.


책 제목의 질문에 대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에필로그에 보면 나와 있는데

1) 인도적 지원의 효율화
2) 원조보다는 개혁이 먼저
3) 인프라 정비

1)은 도움을 줄 나라의 사정이 어떤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턱대로 지원 하는 것은 오히려 그 나라의 사정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모든 지원을 하기에 앞서 나라의 정황부터 살펴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수뇌부가 돈을 가로채서 개인의 안위를 위해 사용하는 일이 없어진다. 대다수의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이다. 2)는 1)의 문제 상황을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다. 가까운 예를 들어 북한에 수많은 지원금이 들어가지만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북한 집권층의 부패는 이미 세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도움을 주는 기구에서는 북한 집권세력의 청렴을 믿고 그들에게 지원금을 맡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 자발적으로 악의 근원을 끊는 게 제일 근본적인 방법이다. 북한의 예를 들다보니 정말 까마득한 방법인 것 같지만 원조보다는 나라 안에서 주민을 계몽해 개혁을 일으켜 부패한 정권을 몰아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프리가 몇 몇 나라에서 성공할 뻔 한 사례가 있다. 모두 다국적 기업과 어떤 나라의 방해로 수포로 돌아갔지만. 3) 기아 문제가 있는 모든 나라들의 인프라는 엉망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구축 후에는 지금 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법으로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이 모든 게 생산과 분배의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세계인구가 모두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넘쳐나고 있는데 한 쪽에서는 기아로 하루에 10만명의 사람이 죽는다. 남는 식량을 부족한 쪽에 가져다주면 되지 않느냐?란 질문에 토머스 맬서스의 자연도태론을 들먹거리며 이런 현상은 자연의 정화작용이니 먹을 게 없어 굶어 죽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라는 식의 대답은 정말 아연실색하게 한다. 지글러도 한 때는 기아는 '부드러운 죽음'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점차 쇠약해지다가 마지막에는 고통 없는 상태로 평안히 잠드는 것 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은 말 못할 고통 속에서 죽을 날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모두 연대하는 법을 상기하자. 기아의 문제는 모든 나라의 연대로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지글러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의식 변화만이 매일매일 죽는 10만 명을 살릴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우석훈씨가 남긴 해제는 책의 3/4를 차지하고 있는 본문의 요약판이며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보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를 견지하라고 말한다. 전쟁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것이 바로 '기아'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오늘도 굶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tv에서 말라비틀어진 아이들의 팔 다리를 보고 눈물을 흘렸던 것도 김혜자씨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읽고 눈물을 찍어 냈던 것도 그 때 뿐이었다. 만성적인 기아문제는 우리를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무감각한 신경을 되살리기 위해선 끊임없이 질문해야 된다. 저 아이들은 가난한 나라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굶어죽는 게 당연한 것인가? 하루 10만 명이란 숫자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우리나라 안에서만 따지면 어지간한 중소도시 인구 절반씩 사라지는 것이다. 이게 과연 합당한가? 죽음에 무게가 있을 수 있을까? 어느 날 갑자기 무감각한 신경이 되살아나면 그 때 다시 되묻는 거다.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는 월드비전이나 컴패션 사이트에 가서 후원결연을 맺는 걸 추천한다. 결연을 맺은 아이의 사진도 받아 볼 수 있고, 아이가 직접 만든 열쇠고리나 수공예품 같은 것들이 편지와 함께 오기도 한다. - 나도 반은 부모님의 지원으로 반은 자비로 한 명의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로 당신은 연대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고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연대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타
주경복씨가 쓴 부록은 신자유주의가 어떤 것인지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복잡했던 머릿속을 뻥하니 뚫어줬다. 혹시나 신자유주의에 관심이 있다면 강상구씨가 쓴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이라는 책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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