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사실 나 잘난맛에 사는 인간이라 이십대 초반의 피부가 탱탱한 아이들, 혹은 우리 회사에 입사한  아직 앳된 모습의 신입사원을 봐도 특별히 감흥이라던가 조바심이 없어서 이 책에 나오는 언니들의 조바심이나 질투를 별로 실감을 못했다.

나이든 여자가 자기 나이 생각하지 못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깜찍발랄한 옷차림을 하고 다닌다거나, 어려보이려고 안달을 하는 사람을 보면 그저 나이에 맞게 자연스럽게 늙어가는게 제일 좋은거라고 담담하게 말하던 사람이 바로 나였으니까...

그런데 그냥 가볍게 읽으려고 골랐던 책에서, 문득 허를 찌르는 듯한 이야기를 발견했다.

"때라는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지에가 불쑥 물었다.

"때? 무슨 때?"

"걸*을 그만둘 때"

"걸? 한물간 단어를 쓰고 그래?"

자기도 모르게 농담을 날렸다.

"그럼 아가씨라고 해두자."

지에가 턱을 괴면서 먼 곳을 바라보는 눈길이 되었다.

"여태까지 젊은 여자라는 것만으로 재미보는 일들이 많았지만 그것도 이제 그만둘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GIRL, 20대 중반 정도까지의 미혼여성을 일반적으로 일컫는 '여자애'을 일반적으로 영어로 그대로 쓴 말

이 책의 뒷면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언제나 Girl이고 싶은 Cool한 여자들의 상쾌한 이야기!
아아~
이 문장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유치하게 걸은 무슨 얼어죽을 걸이야, 난 다르다구."
이런식으로 얼마나 잘난척했던가.
그러나 이쯤되니 나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ㅡ.ㅜ

 며칠전에 친한언니와 함께 서점에 들어가서 제목도 확인안하고 아무 잡지나 넘겨서 같이 보고 있는데...얼핏 어느 잡지 표지모델의 스커트가 아주 마음에 들어서 그 스커트를 찾기 위해서 계속 잡지를 넘기던 중에 위리는 그만 손길을 멈추고 말았다.

피크닉 화보에서 그동안 언니와 내가 누누히 이야기해오던 우리의 로망을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재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이거야" 이렇게 감탄하며...그런데 이 잡지 제목이 뭐길래 아주 딱딱 끄집어낸거지?라며 표지를 들춰본 순간 다시 한 번 웃었다.

그 잡지는 바로 ... 

VOGUE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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