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 살해사건 - 누가 양치기 조지 글렌을 죽였는가
레오니 슈반 지음, 김정민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영국문학, 그리고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늘 이런 상상을 해보곤 한다.

미스 마플, 포와로, 홈즈, 왓슨, 마이크로프트 등 좁게는 영국추리소설의 대표적인 캐릭터 더 넓게는 제인에어, 엘리자베스, 캐서린, 히스클리프 등등까지 다 등장하는 한권의 패러디(?)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상상.

이 등장인물들이 영국의 작은 시골마을에 다 같이 모여살게끔 만들어놓고,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형식을 취한다면 특별한 사건이 없이도 이들 캐릭터들만으로 충분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물론 내 상상속에서 이 등장인물들은 원래 작품의 직업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필요는 없다.(물려받는다면 작은 마을에 탐정만 너무 많아질테니^^)

단, 캐릭터만큼은 제대로 물려받아야 할 것.

예를 들면, 미스 마플은 가만히 앉아서도 동네의 모든 일들을 알고 있는 흰피부의 분홍뺨을 가진 수다스러운 할머니, 그리고 홈즈는 양봉을 하는 까칠한 아저씨, 왓슨은 동네 의사, 포와로는 벨기에에서 온 미심쩍은 이민자...뭐 대략 이정도? ㅎㅎ

 그런데 정말로 이들 중 다는 아니지만 몇몇이 한 소설에서 만났다.

그것도 영국인이 아닌 독일작가의 소설 속에서 말이다.

미스 마플, 오델로, 그리고 나중에는 결국 홈즈도 등장한다.

바로 레오니 슈반의 [양치기 살해사건]

양들이 자신들의 양치기를 죽인 범인을 찾아나선다는 특이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지들이 그래봤자 양인데 뭐 특별하 겠어? 하는 마음때문에 별로 읽을 생각이 없었는데, 문득 이 소설을 집어든건 바로 이 소설에 나오는 양들의 이름 때문이었다.

글렌킬에서 가장 똑똑한 양은 그 명성답게 미스 마플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읽으면서 나는 내내 마플 할머니의 이미지를 오버랩했다.

사실 양이라는 한계때문에 이 소설은 약간 지루하기도 하고, 조지의 죽음은 아직도 잘 이해할 수 없지만 이 소설은 독특하다.

100% 만족할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소설이 작가의 처녀작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가능성있는 작가를 발견한 셈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문학에 대한 같은 취향을 공유한 새로운 친구를 만난 느낌?

그래서 이 책이 반가운 이유다. 

P.S : 나는 항상 책을 살때면 책의 초판본에 집착한다.

이 책 역시 초판본 이후 개정판이 다시 나왔는지는 모르나 역시나 초판본을 읽으며 옥의 티(?)인 오타들을 몇가지 발견하고 수정요구를 위해 대교베텔스만 출판사의 사이트를 검색했으나 요즘같은 시대에 홈페이지 혹은 까페 블로그 하나 갖고 있지 않은 출판사다.

독자들의 피드백이 궁금하지 않은 것인지, 이런 지적을 원천봉쇄하려는건지 이유는 알 수 없다.


- "......그런 변덕스럽고, 제멋대라고 하죠...." p. 191

- 그 양은 너무 놀란 듯해 불싸해 보일 정도였다. P.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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