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 - 이안 맥켈런 주연 영화 [미스터 홈즈] 원작 소설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1
미치 컬린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셜록 홈즈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여 출간되는 셜록홈즈 트리뷰트.

황금가지에서 출간되는 이 셜록 홈즈 외전은 사실 내가 작년 여름부터 기다려오던 시리즈였는데 드디어 작년 12월 말에 출간이 되었나보다.

(나는 칼렙 카의 <이탈리아인 비서관>이나 마이클 샤본의 <마지막 사건>이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미치 컬린의 <마지막 날들>이 제일 첫번째라서 의외였다.^^)

그렇게 기다려오던 책을 받고서도 나는 한동안은 책장을 넘길 수가 없었다.

아마도 이건 내가 사랑하는 캐릭터들을 재회한다는 기쁨을 먼저 느끼기보다, 그들과 다시금 헤어진 후의 공황상태를 먼저 걱정하는 소심한 나의 성격 때문이리라.

두려움을 극복하고 책장을 열었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나는 점차 당황스러워졌다.

93세의 홈즈 할아버지라...그것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947년, 서섹스에서 양봉일을 하며 지내는 93세의 노쇠한 홈즈에게 열여덟살때의 기억은 생생하지만 어제의 일, 혹은 불과 몇시간 전의 기억은 가끔씩(아니 자주) 끊어진 고리와도 같다.
로열젤리가 자기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지금도 물론 서툴긴 하지만 그래도 주위 사람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예전보다 많은 발전을 보여주고 있는 말년의 셜록 홈즈.(게다가 눈물을 흘릴줄도 안다. ㅠ.ㅠ)

그리고 왓슨과 허드슨 부인....자신이 깊이 사랑했던 두 사람의 영원한 부재에 대해 깊은 상실감을 느끼며 그것에 대한  혼란감을 수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난 사실 홈즈가 하숙집 주인이었던 허드슨 부인을 그렇게나 사랑했는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즉, 이 책의 원제인 A slight trick of the mind 는  홈즈만의 혼란 수습책이라고나 할까?

홈즈는 견딜 수 없을 때면 18년 전에 해변에서 가져온 돌 네개로 사각형을 만들어 놓고, 그 영역내에서 명상을 하거나 절망을 억누르곤 했다.
이것이 홈즈가 말하는 마음의 사소한 트릭으로 일종의 게임이지만 그에게 종종 도움이 되었다.
그 돌의 영역내에서 부재중인 이들때문에 절망하거나 슬퍼하고 명상하지만 나중에 사각형 밖으로 나오면 그 공간 속에 가지고 들어갔던 슬픔은 그냥 거기 남는단다.
(나도 나중에 슬프거나 절망스러울때 돌맹이 주워다가 이 마음의 사소한 트릭 한번 꼭 써먹어봐야겠다.)

사실  홈즈의 이런 인간적인 모습은 미덕이지 당황스럽게 받아들여할 모습은 아닐게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나의 우상이었던 셜록 홈즈가 이런 식으로 늙어가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젊었을때의 홈즈의 모습을 기억해보자. 

키 180에 극단적으로 마른 체형 때문에 실제보다 더욱 커보이는 체형. 

성격은 아주 차갑고 절제된 감정과 쌍벽을 이루는 천재적인 두뇌를 갖고 있다. 그리고 아주 오만불손함-그러나 본인은 겸손함의 부족으로 그러한 사실을 파악못함^^

취미는 아주 다양한데 지식인답게 독서는 물론, 바이올린 연주, 거실에서 화학실험하기, 중세의 문서 연구하기, 가벼운 읽을거리로는 외국어로 된 고전을 선호한다.

이렇게 취미 생활을 하고도 권태로울때면 홈즈는 권태로움에 대한 처방으로 7% 코카인 용액을 주사하기도 한다.

 마약복용만 뺀다면 더할나위없이 고상한 취미를 갖고 있는 그가 전형적인 부르주아 계급에 관습적인 인간형이었다면 얼마나 지리멸렬했을까?

다행히도 지적 오만함으로 무장한 반면에 석탄통에는 시가를, 페르시아 슬리퍼의 앞축에는 담배를 넣어 두고, 아직 답장을 보내지 않은 서신은 벽난로 선반 한가운데 잭나이프로 콱 찍어 놓기도 하며, 마약을 하는, 관습에서 벗어난 다소 기이한 천재 괴짜였던 셜록 홈즈.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죽음의 악몽과 극심해진 건망증에 시달리며 때로 눈물을 흘리는 할아버지로 변한 셜록 홈즈의 모습을 본다는건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미치 컬린의 이 책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이 책의 주인공에게는 굳이 셜록 홈즈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어도 아름답고 잔잔한 이야기가 됐을거라는 이 말이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거는 기대치가 따로 있는 법이 아닐까?

과학적 발견을 해내고, 멘델스존의 곡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며, 노먼 네루다가 연주하는 쇼팽 곡을 흥얼거림으로써 우월한 능력을 과시하고, 독단적이고 잘난척하는 홈즈의 성격에는 코카인을 상용하는 한 남자의 자신감이 드러나 있다.

말하자면 Baker Street 221B라는 하숙집에 살던 독신자 셜록 홈즈는 보통 사람이 꿈꾸는 천재의 이상형이었다.

아무리 세월탓으로 돌린다해도, 나는 나의 우상이 저렇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이 말이다.
솔직히 책을 읽고 난 후에 조금 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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