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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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달팽이식당 보단 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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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에쿠니 가오리.가쿠타 미츠요.이노우에 아레노.모리 에토 지음, 임희선 옮김 / 시드페이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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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수없이 많다는 말은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말하고 똑같지 않을까, 하고... -66p


나는 화를 내고 있었다. 엘비라 때문에 병실에서 쫓겨나 버린 꼴이 된 데에 분개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일찌감치 병실에서 나올 수 있어서 마음 한구석으로는 시원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사실에 화가 나고, 마음이 아팠다. -75p

갖고 싶어서, 너무도 갖고 싶어서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던 대상을 드디어 손에 넣게 된 희열과 공포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한마디 변명조차 생각해 내지 못한 채 우리는 관계를 맺었다. -89p


"창 밖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지? 그렇게 넋을 잃고 볼 만큼 좋은 경치는 술이랑 같이 몸 안에 잘 넣어 둬야 하는 거야."

친구들은 마누엘을 두고 알콜중독 일보 직전에 있는 애주가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마누엘이 정말 좋아하는 것은 술이 아니라 술자리다. 그자리에는 대화가 있고 침묵이 있고 인간관계가 생겨난다.(혹은 무너진다) 시간이 독특한 방법으로 흘러서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사람들과 기억들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자리를 좋아하기에 바텐더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179p


나는 같은 사물을 같이'본다'라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로 다른 사고가 서로 다른 육체에 갇혀있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어느 특정한 때에 특정한 장소에서 같은 사물을 같이 '본다'는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진다고 믿는다. -184p


내 생각에는 같은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의미 있는 행위다. 아무리 섹스하는 사이라도 별개의 인격이라는 사실을 바꾸지 못하는 두 사람이, 매일같이 똑같은 음식을 똑같이 몸속으로 집어넣는다는 행위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6p





'가쿠타 미츠요'의 '신의 정원'  , '이노우에 아레노'의 '이유' , '모리 에토'의 '블레누아' , '에쿠니 가오리'의 '알렌테주' 등 총 4개의 각 60~70페이지 분량 짧은 단편들이 묶여 있는 책인데... 그 중에서 단연 재미로 따진다면 이노우에 아레노의 '이유'를 꼽고 싶다..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기억들이 같이 톱니처럼 맞물려서였을까.. 내 안에서도 특정한 시공간과 인물이 막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들이 가슴속으로 그리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부딪히고 솟아오르던....


특히 '출동'이라는 표현에서는 그 언급의 적절성이 너무나 딱 맞아 떨어져서 자연스럽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출동~

또,  '그녀가 팔을 휘두르고 허리를 돌리면 순식간에 그 주변에 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에 쏙 들어가서 나도 춤을 췄다.' '나는 다비데와 마주 보면서 아까보다 훨씬 얌전하게 춤을 췄다.', '우리는 비앙카와 파비오처럼 서로의 몸을 만지려 하지 않고, 손이 묶인 사람들처럼 비틀거리면서 어색하게 다가섰다.'..... 이 부분에서는 분명 작가의 상상력만 가지고는 쓸 수 있는 내용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그런 비유나 이름들을 저렇게 능숙하게 펼칠 수 없다.. 

고유의 감수성이나 유머도 다양한 인생을 경험해보고 즐겨본 자들만의 것은 분명 예상치 못한 부분에 쿡! 악센트를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사람만의 인생의 결과 지난 시간들을 살짝 목격하는 기분... 정말 사랑스러운 감각이고 기분좋은 미학이다... 


소설을 읽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작가들을 통해 스쳐가던 이미지들이나 나의 혹은 작가가 말하는 경험의 흐름을 포착할 때이고 또 그게 가장 행복하다.

두 종료의 각기 다른 부분이 무언가를 같이 발생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얻을 때... 나와 일치되는 경험이나 비슷한 사례가 작품 속에서 펼쳐질 땐 즐거울 정도로 흠씬 난타당하는 느낌.. (조금은 변태적인 표현일지 몰라도 그렇다..) 그렇게 그 부분에서 경험하지 못했다면 영원히 미지로 남았을지도 모를 또 하나의 잠재적이었던 실재성들... 그것들을 볼 수 있을 때의 즐거움이란 어떤 유행어나 형용, 수사를 총 동원해서 표현해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고 새롭다...



2년전인지 3~4년전인지 '채굴장으로'에서의 감지되던 이노우에 아레노와는 또 다른 모습에.. 무척이나 즐거웠었다.

분명 단편에 엄청 강한 작가들이 또 따로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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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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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의 생활 이야기들.. 그녀를 좋아한다면 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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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에쿠니 가오리.가쿠타 미츠요.이노우에 아레노.모리 에토 지음, 임희선 옮김 / 시드페이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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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재미로 따진다면 이노우에 아레노의 `이유`를 꼽고 싶어요...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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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날 무렵의 라 트라비아타
이부키 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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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라비아타라고 해서 창부와 꽃 미남의 사랑이야기인줄 알았다^^
동백아가씨.....

물론 라트라비아타가 안 나오는 건? 아니다... 39살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였고.. 반하고 헤어지는 것 까진 그렇다 치고.. 죽진 않는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고 싶어서 선택한 책인데.. 그 나이 때의 특질을 동등?(나)하게 잘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그 많은 풍요로운 의례들^^ 신경증적인 사건 사고.. 그리고 늘 마주치는 무의식적으로 의존하게만 해서 때때로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지치게 만드는 세상.. 또 가끔씩 찾아오는 개인적인 불행.. 그런 일들엔 어떤 값을 지불해야 할지도 도무지 애매하다 못해 지치게 된다...
페코짱과의 만남이 그 어려운 과제에 대한 전혀 알지 못했던 나름의 삶의 본질을 확인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가끔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삶에 있어서 인생에 있어서 균형을 맞추는 방법중에 중요한 한가지는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해결책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온전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내가 만나는 사람에 따라서도 매우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테스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걸로 눈치채주었으면 싶었지만 여자는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 정말 이 부분에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저항처럼 자신을 괴롭히던 모순들 속에서 그녀와의 첫만남.. 그 존재도 역시 온통 어두워져만 있던 그에게 초점을 맞추기 힘들었던 시작이었지만...
특별한 사람의 만남과 인연이라는 것이 또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듯 이후 차츰 차츰 한없이 추락하던 그의 일상을 다시 원래의 높이, 그리고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나 역시 행운을 가져다 주는'폐코짱을 만나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오늘 열람실에서 마주친 b를 바라보며 내가 씩 웃었을 때 그 웃음의 의미를 그녀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길지 않은 머리에 복스러운 웃음을 가지고 있어서 마치 페코짱의 이미지가 연상되었던 것이다. 



그대로 불을 끄고 둘은 다다미 여섯 장 정도 되는 바닥에 쓰러졌다. 여름옷은 피차 가볍고 얇아서 순식간에 모든 게 드러나 버린다.
테쓰지의 피부에서 흐릿하게 좋은 냄새가 났다. 그것만으로도 녹아버릴 것 같다.
마지막까지 안 될지도 모른다는 말소리가 나왔다.
"괜찮아요.그래도 괜찮아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안고만 있어도 괜찮다.
지금은 좀 더 가까이, 좀 더 깊이, 이 사람을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지금 이 상태 그대로 돌아가면 모르겠지만요.."
"왜요? 나는 돌아가고 싶은데.."
"돈도 없고, 철도 없고, 지금 같으면 중요한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는데도 그 당시에는 잘 몰랐죠. 옛날로 다시 돌아간다해도 분명 똑같은 실패를 할 거에요.. 지금의 경험치를 그대로 가진 채 젊어지면 좋겠는데.."


"그 길을 가고 싶었지만 교사가 되셨던 모양이에요. 역시 피아노만으로 먹고사는 건 힘들었나 봐요. 하지만....."
"그럴까요. 그런 방법도 있었겠네요."
"다만 본인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때까지 든 비용에 걸맞는 장래였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건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를 테죠."
"맞아요. 음악을 떠나 단순한 취미로 끝나는 경우도 있을 테고, 하지만 그래도 나는, 돈은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돈은 평생 열심히 벌면 생기니까요. 하지만... 세계가 다르다는 건 좀 힘든 문제에요.."


"나야말로 미안해요. 마치 처녀 같은 소리를 하고 말았네.. 마이짱 세대가 들으면 웃겠어요.. 
그녀들도 금방 알게 될 거예요. 사람은 순식간에 서른아홉, 마흔이 된다는 걸."
"그때쯤이면 우린 예순이네요. 그럼 그때는 마흔 살이 젊고 눈부셔 보일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방울벌레 우는 소리가 들리고, 새벽빛이 어렴풋이 머리맡으로 스며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아직 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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