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이기는 건 그런 이들이다. 비밀을 흘리지 않고 오롯이 가슴에 품은 이들이 살아남는다. 자신의 비밀을, 남의 비밀을 입 밖에 낼 때마다 패배를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후타와타리를 보며 그런 생각에 사로 잡혔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의 시선은 메마르고 냉정하다. 경찰 역시 민간조직과 전혀 다를 바 없이 오욕에 찌들었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이 경찰에 바라는 건 정의도, 친근함도 아닌 안전을 보장하는 '기계'로서의 역할이다. 자신과 가족의 생활 반경에서 신속하게 위험을 제거하는 고성능 기계를 원할 따름이다.
그래도 조직은 돌아간다. 어쨌거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형사로 살아온 세월이 짧아도, 실적이 없어도 부장자리에 앉으면 누구나 형사부의 우두머리다운 얼굴을 지니게 된다. 몇 건 안 되는 실적을 뻥튀기하듯 부풀려 이야기하고, 사건이 일어나면 원숭이처럼 흥분해 고함을 지르며,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수사 정보의 홍수 속에서 놀아나다 보면 어느샌가 시간을 거슬러 오르듯 형사부에 몸도 마음도 물들게 된다.
사막에서 신기루를 본 것이다. 그런 기분이었다. 끝났다고 아쉬워할 만한 관계도 아니었다. 기자들에게 얻은 믿음은 불면 날아갈만큼 가벼웠다. 마카미 역시 홍보 개혁을 통해 기자들에 대한 혐오가 사라졌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38쪽
그러나 모두 지나간 일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세월은 흘러가고 모든 것은 변한다. 그것은 흑백논리로 재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내 곁에는 다쿠미가 있고 그와 함꼐 플라네타륨이 만들어 내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