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땅도 빼앗기고 마음의 병까지 얻은 동생과 단 둘만 남은 아즈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셀 수 없이 많은 고독한 밤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아무 고생도 없이 밝게 자란 여고생이 세상의 모든 것에 통달한 여자가 되기까지는 가슴을 후벼 파는 괴로운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태양을 볼 수 없는 여자에요.
스스로 토로한 아즈사의 운명.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쇼지? 이 일은 밤에만 할 수 있거든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내 운명.
서로의 고독에 강하게 끌렸다.
난로 앞에서 무릎을 감싸고 앉아 있는 아즈사는 바로 내 자신이었다.
아즈사를 사랑하는 이유를 알았다.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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