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아이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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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매력있는 여자죠... 에쿠니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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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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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이 반드시 적절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비밀노트'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레벨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여기서 레벨이란 즉 정신적인 장소, 죽고 싶다는 말을 내뱉은 장교에게 쌍둥이가 "자살할 거면 거들어드리죠."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장교는 "고마워, 친절하군."이라고 대답하지만, 어느 쪽의 말에도 일말의 빈정거림이 섞여 있지 않다.
성실함 속에서, 이런 대화가 성립하는 레벨.
엄마와 여동생의 뼈를 갈고 손질해서 이어 매다는 것도 그렇다.
감정을 똑바로 직시하고, 모든 기준을 자신의 내면에서 찾으려 하는 것, 아주 동물적인, 그 판단.

어린 시절이란 아주 특별한 것이다.
모든 것이- 보고 듣고 만지는 것 모두- 하늘에서 내려온다.
선택하거나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건이 아이들 위로 그저 내려온다.
비처럼, 눈처럼, 햇살처럼, 그것을 있는 그대로 문장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어린 시절이 특별한 이유 중에는, 어린아이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말로-후회나 실망, 고독과 애달픔도 그렇다- 질서정연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도 하나 있다.
하나의 개념을 말로써 파악하는 것은 아마도 무언가를 현저하게 잃는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감정에 이유를 부여해 슬픔을 경감해주기도 한다.

그건 그렇고, 이와나미 쇼텐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책을 많이 만드는 출판사이면서도,
'절판'과'대망의 한정 재출간'을 반복하는 행위는 그만두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말에 대해.
내일 또 보자.
밤에 잠들기 전, 나와 동생이 반드시 나누는 인사말이다.
잘 자라고 말한 후에(또는 대신), 꼭 그렇게 말한다.
그 말을 들으면 나는 단박에 행복해진다. 내일도 놀 수 있다고.
내일이 있다는 것은 물론 말하지 않아도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면 새삼스럽게 기쁘다.
안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일 또 보자.
얼마나 행복한 말인가.
내일도 만날 수 있다는 것.

몹시 난처하게 되었다고 한심한 표정으로 칭얼거렸더니, 기운 나게 노래를 부르자고 한다.
<백설공주의 노래>(아동용 레코드에 실려 있는 노래다. 동생이 어렸을 때 애청했다.)와 <갖가지 인생>(이건 기운 내고 싶을 때 부르는 노래다)을 부른다.
...............
도망쳐. 필요하다면. 나는 격언을 날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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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오꼬.아내와의 칩거 창비세계문학 22
후루이 요시끼찌 지음, 정병호 옮김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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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인상적인 묘사와 문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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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오꼬.아내와의 칩거 창비세계문학 22
후루이 요시끼찌 지음, 정병호 옮김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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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요오꼬는 자기 병의 뿌리를 제대로 느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무슨 일이 생기든 평생 변할 수 없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알고 아래층 언니를 향해 자신을 환자로서 병원에 보내도 상관없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두사람 모두 대단해지면 되지."
요오꼬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는 자신이 음식을 먹는 방식을 의식하고 어색해졌다.
두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 자신의 부끄러운 행위 속에 빠져 있었다.
목소리를 내지 않고 숨조차 죽이고 먹고 있노라니 자신의 맹목적인 생명 속에 비스듬히 잠겨들어가 눈만 밖으로 내놓고 스스로를 응시하는 듯한 고독감이 있었다.
한참 지나서 요오꼬는 크림 속에 드러난 딸기를 포크 끝으로 쿡쿡 찌르며 말했다.
"옛날에 친구가 좋아하는 사람의 사소한 버릇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벌써 행복한 기분이 든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아무리해도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어..."
요오꼬는 언제까지고 딸기를 쿡쿡 찌르다 다시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올려 그가 먹는 모습을 애처로운 듯이 바라보면서 다시 말했다.
그렇지만 너를 만나고 나서 남의 버릇을 좋아하게 된다는 걸 조금 이해한 느낌이 들어."

"억지로 헤치고 들어가려는 것도 아니고, 거리를 두려는 것도 아니고, 너의 병을 꼭 끌어안으려는 것도 아니고, 너를 병으로부터 끄집어내려는 것도 아니야... 나 자신이 건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어중간한 면이 있거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이렇게 마주 보고 함께 먹으며 있을 수 있는 거야. 난 지금 네 앞에서 조금도 부끄럽지 않아."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 보았다.
어느 한쪽이 한번 더 힐문하면, 서로 마음 안에서 범한 사소한 부실을, 사소하면서도 의외로 깊은 부실을 서로 비난하는 수밖에 없는 곳까지 와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어쨌든 십 년간, 소년 소녀에 가까웠을 무렵부터 청춘이 끝나갈 무렵까지 헤어지지 않고 걸어온 남녀의 평형감각으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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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메리카노 어쩌면 민트초코 - 달콤 쌉싸래한 다섯 가지 러브픽션
사토 시마코 외 지음, 강보이 옮김, 한성례 감수 / 이덴슬리벨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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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마리아 그림!"
"마리아 그림이요?"
"응, 파란 옷을 입은 여인이 성모마리아고 하얀 꽃은 커피 꽃이야."
"커피 꽃?"
"그래,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커피의 꽃, 커피나무가 꽃을 피우면 재스민이랑 비슷한 향기가 난대. 아무튼

그럼 마리아 그림을 보고 쓰러졌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거네? 굉장하다! 마리아에게 선택받은 화가야."

"파리에는 왜 왔어?"
"당신에게 죽으려고."
그는 깊은 녹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냐.내가 당신에게 죽으려고 왔어."
그가 언제 자취를 감추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농후한 모카 마타리 향이 퍽 오래 곁에 머물러서 그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홀연히 사라지지 않고 서서히 사라져갔다.
날마다 내게서 시나브로 사라져가다 마침내 소멸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현대 악기가 하얀 종이에 검은색으로 음악을 그린다면 고악기는 검은 종이에 흰색으로 음악을 그린다."
어느 날 공연한 호기심이 생겼다.
스미레 씨와 렌게 씨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행복한 날이 많았을까, 불행한 날이 많았을까?
하루는 날씨 얘기를 하듯 대수롭지 않게 두 자매에게 물어보았다.
"두 분은 삶이 행복하세요?"
"그럼요.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겐게 씨가 간결하게 대답했다.
렌게 씨의 우아한 어미가 진한 커피에 떨어뜨린 우유 한 방물처럼 침묵 속에 녹아들자 스미레 씨가 입을 열었다.
"나는 이블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밤이면 그날 하루도 행복하게 보냈다고 생각해요. 그런 날들의 연속이 인생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요즘 들어 푹 잠든 날이 언제 였는지 떠올려보려 했으나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걸 보니 하루카 씨가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이 있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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