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이 반드시 적절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비밀노트'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레벨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여기서 레벨이란 즉 정신적인 장소, 죽고 싶다는 말을 내뱉은 장교에게 쌍둥이가 "자살할 거면 거들어드리죠."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장교는 "고마워, 친절하군."이라고 대답하지만, 어느 쪽의 말에도 일말의 빈정거림이 섞여 있지 않다. 성실함 속에서, 이런 대화가 성립하는 레벨. 엄마와 여동생의 뼈를 갈고 손질해서 이어 매다는 것도 그렇다. 감정을 똑바로 직시하고, 모든 기준을 자신의 내면에서 찾으려 하는 것, 아주 동물적인, 그 판단.
어린 시절이란 아주 특별한 것이다. 모든 것이- 보고 듣고 만지는 것 모두- 하늘에서 내려온다. 선택하거나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건이 아이들 위로 그저 내려온다. 비처럼, 눈처럼, 햇살처럼, 그것을 있는 그대로 문장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어린 시절이 특별한 이유 중에는, 어린아이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말로-후회나 실망, 고독과 애달픔도 그렇다- 질서정연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도 하나 있다. 하나의 개념을 말로써 파악하는 것은 아마도 무언가를 현저하게 잃는 것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감정에 이유를 부여해 슬픔을 경감해주기도 한다.
그건 그렇고, 이와나미 쇼텐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책을 많이 만드는 출판사이면서도, '절판'과'대망의 한정 재출간'을 반복하는 행위는 그만두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말에 대해. 내일 또 보자. 밤에 잠들기 전, 나와 동생이 반드시 나누는 인사말이다. 잘 자라고 말한 후에(또는 대신), 꼭 그렇게 말한다. 그 말을 들으면 나는 단박에 행복해진다. 내일도 놀 수 있다고. 내일이 있다는 것은 물론 말하지 않아도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해주면 새삼스럽게 기쁘다. 안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일 또 보자. 얼마나 행복한 말인가. 내일도 만날 수 있다는 것.
몹시 난처하게 되었다고 한심한 표정으로 칭얼거렸더니, 기운 나게 노래를 부르자고 한다. <백설공주의 노래>(아동용 레코드에 실려 있는 노래다. 동생이 어렸을 때 애청했다.)와 <갖가지 인생>(이건 기운 내고 싶을 때 부르는 노래다)을 부른다. ............... 도망쳐. 필요하다면. 나는 격언을 날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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