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메리카노 어쩌면 민트초코 - 달콤 쌉싸래한 다섯 가지 러브픽션
사토 시마코 외 지음, 강보이 옮김, 한성례 감수 / 이덴슬리벨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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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마리아 그림!"
"마리아 그림이요?"
"응, 파란 옷을 입은 여인이 성모마리아고 하얀 꽃은 커피 꽃이야."
"커피 꽃?"
"그래,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커피의 꽃, 커피나무가 꽃을 피우면 재스민이랑 비슷한 향기가 난대. 아무튼

그럼 마리아 그림을 보고 쓰러졌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거네? 굉장하다! 마리아에게 선택받은 화가야."

"파리에는 왜 왔어?"
"당신에게 죽으려고."
그는 깊은 녹색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아냐.내가 당신에게 죽으려고 왔어."
그가 언제 자취를 감추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농후한 모카 마타리 향이 퍽 오래 곁에 머물러서 그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얼른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는 홀연히 사라지지 않고 서서히 사라져갔다.
날마다 내게서 시나브로 사라져가다 마침내 소멸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현대 악기가 하얀 종이에 검은색으로 음악을 그린다면 고악기는 검은 종이에 흰색으로 음악을 그린다."
어느 날 공연한 호기심이 생겼다.
스미레 씨와 렌게 씨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행복한 날이 많았을까, 불행한 날이 많았을까?
하루는 날씨 얘기를 하듯 대수롭지 않게 두 자매에게 물어보았다.
"두 분은 삶이 행복하세요?"
"그럼요.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겐게 씨가 간결하게 대답했다.
렌게 씨의 우아한 어미가 진한 커피에 떨어뜨린 우유 한 방물처럼 침묵 속에 녹아들자 스미레 씨가 입을 열었다.
"나는 이블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밤이면 그날 하루도 행복하게 보냈다고 생각해요. 그런 날들의 연속이 인생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요즘 들어 푹 잠든 날이 언제 였는지 떠올려보려 했으나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걸 보니 하루카 씨가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이 있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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