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시대를 어쨌든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한다.
아니, 이제야 참뜻이 전해진 저 목숨 값 증서를 맨 마지막으로 적어 건넨 오코치는 그저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리라.
그렇다.돌아오는 일요일에 정말 모이거든, 귀갓길에 구단의 사진관에 들러 기연으로 맺어진 네 사람의 사진을 찍자.
목숨 값 증서 세 통, 도합 3천 냥. 그만한 일을 한 사내들이 못 찍겠다고 뒤를 빼선 안 될 게다.
애들은 무서워.
알면서도 모르는 얼굴을 하거든.
알면 안 된다 싶으면 못 본 척, 못 들은 척을 해.
어른이 된다는 건 말이다.
그런 어린애의 본성에서 벗어나는 일이야.
지금 세상에는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이 너무 많아.
생각해보면 그때 좋은 걸 배웠어.
어떤 각오로 나선 싸움이건 선봉에 서는 자는 무섭지 않다는 걸.
무서운 건 외려 뒤따르는 사람이야.
무서울 땐 뒤로 물러서면 안 돼.
다른 사람보다 앞서 죽음과 마주하면 무섭단 생각이 안 든단다.
그리고 죽고 사는 건 인간이 정하는 게 아니거든.
뭐, 그다음에 어떻게 됐냐고?
내 얘긴 이걸로 끝이야.
그 귓이야기는 아무렴 어떠냐.
설령 피를 나눈 자식 손자라 해도 일신상의 이야기는 하는 게 아니야.
사람은 누구나 고생을 했고, 남한테 말한들 그걸 알아주는 것도 아니니까.
거기다 말이야.
고생은 차츰차츰 잊어야 돼.
머리로는 잊고 몸으로만 기억해두면 되는 거야.
고생 끝에 세상 이치를 터득한다는 건 그런 사람을 말하는 거지.
말을 하면 언제까지고 못 잊는 법이다.
말을 안 하면 잊어버리지.
그러니까 별것 아닌 고생담은 떠벌리지 않는 게 곧 자신을 위하는 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