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빛
로맹 가리 지음, 김남주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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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잘못 만난 사람들이 있어.
그뿐이야.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
외로워서 죽을 지경인데 어떻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겠어.
누군가를 만나면 그의 본모습을 보는 대신 그를 흥미로운 인물로 만들려고 애쓰지.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만드는 거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좋은 걸 덧입히지.
그를 멋있게 보려고 두 눈을 감는 거야.
그는 자신을 근사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당신도 그래.
그가 미남이긴 하지만 멍청하다 치자.
당신은 그를 지적이라 여기고, 그는 당신을 멍청하다고 판단하고 자신을 똑똑하다고 여기지.
당신의 젖가슴이 처진 것을 보고 그는 개성적이라고 여겨.
그가 촌스럽게 여겨지기 시작하면 당신은 그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
그가 무식하다고 여겨지면 당신은 자신에게 두 사람 몫의 교양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해.
그가 줄곧 그걸 하고 싶어하면 당신은 그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그가 그걸 별로 잘하지 못하면 당신은 그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그가 인색하다면 그건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이고,
그가 상스럽다면 그저 꾸미지 않아서인 거지.

명백한 진실을 부정하기 위해 그런식으로 갖은 애를 다 쓰는 거야.
너무나도 명백한데도 말이야.
그러다가 서로 거짓을 꾸며내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해지면 슬픔, 원한, 증오가 되는 거야.
아이들 때문에, 혹은 그저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치욕 속에서 함께 사는편을 선택해 패잔병이 되는 거라고.
이제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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