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에게 형의 가족은 일종의 이상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내가 있고, 그녀와 보금자리를 틀어 아이를 낳는다.
밤거리를 헤매는 부평초 같은 삶을 사는 고지의 누으로 보면 형의 평온한 삶은 굉장히 눈부셨다.
색욕에 찌든 황폐한 생활에 물들어 있으면서도 언젠가 형 같은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언제나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 역시 어딘가에 떨어뜨린 게 아닐까?
소중한 존재를.
영혼과도 같은 무언가를.
이 여자는 대체 뭘까?
고지에게 형과 형수는 일종의 이상적인 커플이었는데, 평온하고 고결하게 빛나 보였던 허상 속에 대체 얼마나 심한 진창을 숨기고 있는 걸까?
남녀 사이란 신기한 관계라 어딘가에서 균형이 맞지 않으면 한 쌍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쪽을 보면 다른 한쪽을 짐작할 수 있다.
다카코와 수준이 맞는 남자가 나온다면 일이 번거로워진다.
고지는 다카코를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