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시공 청소년 문학 43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Ob-la-di ob-la-da life goes on bra ♬ La-la how the life goes on ♬ ~
읽는 중간 중간 산더미처럼 쌓이는 애틋함에 마음이 정지되는 느낌을 받아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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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시공 청소년 문학 43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품절


"좋은 거 줄게."

그런데도 미치코 짱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무시에는 무시로 대응했다.
본디 자기가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않았고, 다른 아이들이 "미치코 짱, 미치코 짱."하며 다가오면 거느리고 다녔을 뿐이니까. 오지 않으면 또 그런대로 상관하지 않고 지냈다.
강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치코 짱은 강한 아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일도 좋은거 줄게. 내일모레도."
"그 다음 날도."라고 말한 미치코 짱은 ".... 그 다음날은 이제 여기 없겠지만."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미치코 짱이 지은 저 웃음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었는데... 그렇다. 실컷 울다 지친 아이가 어깨의 힘을 쑥 뺐을 때 짓는 웃음과 비슷했다.
"거짓말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미치코 짱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등을 돌려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걸음 가다가 고개를 수그리더니 오른 손등을 눈가에 갖다 댔다.

"입장권을 못 샀어..."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헤어져야 한다고 덧붙이려는데 미치코 짱이 "잠깐만 기다려."라고 하더니 발매기 앞으로 갔다.
자신의 용돈으로 입장권 두 장을 사 와서는 "자, 좋은거 줄게."하고 스즈 짱에게 먼저 내밀었다.
스즈 짱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받았다.
"자, 나카무라, 좋은 거 줄께."
나는 "고마워."하고 입장권을 받았다.
이번엔 "미안해."가 아니라 "안녕."이라는 말 대신에.
그리고 웃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웃으려고 볼을 누그러뜨리자 울음이 터져나오려 했다.

안타깝고 억울했다.
외롭고 슬펐다.
그래도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플렛폼을 달리는 스즈 짱의 등을 바라보니, 어쩐지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그런거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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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기 - 브에나비스타
하나무라 만게츠 지음, 박문성 옮김 / 씨엔씨미디어 / 2000년 9월
절판


왕국의 개념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일본에서 공교회는 무얼 그렇게 안달하고 있는 것일까?
수도원 내에 기거하는 죽어 있는 무리들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목표 따위는 있을 리 없다.
있는 것은 오로지 타성에 젖은 기도와 자기만 하늘나라로 불려가면 된다는 소극적인 아집뿐이다. 너무도 유치하다.


모스카 신부님의 말처럼 도량이 좁은 철학자인 나는 갖가지 색실로 짠 천처럼 복잡하게 얽힌 사고 대신에 적당한 변의를 촉발하여 항문에 거의 들러붙지 않는 뛰어난 질과 형상을 가진 물체를 배출하는 것이다.

로오. 너가 말하는 것은 알겠어. 돼지의 결점은 그 이상하리만큼 대단한 식욕이야.
뭐든지 콧김을 내뿜으면서 먹어치우잖아. 마치 내 모습을 보는 듯해.
사람이 먹는 모습도 역겨울까?
응. 최악이야. 그래서 밥을 먹을 때 이래저래 예의범절이란 격식을 차리는 게 아닐까?

위선.
그건, 뭐야?
설탕을 바르면 맛있을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단맛이 있었던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이다.


일이라는 것은 어떤 일이라 할지라도 아주 우울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던질 수 없다.
일이란 것은 자신의 분수를 절실히 깨달을 수 있게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나는 농사일을 하고부터 겨우 분수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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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다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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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카미 히로미의 작품 중에서 최고라고 말하기엔 조금 망설여지지만 저는 너무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소 두서없어 보이는 그녀의 소설은 그녀가 두서없어서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전에 알았지만 그것이 이렇게 매력적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아버린 것 같아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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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다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월
품절


뇌리까면서 나카자와 씨의 배 위에 얼굴을 얹었다.
부드럽고, 갖가지 소리가 났다.
평상시에 그가 하는 말보다 훨씬 다채로운 소리가 났다.


게가 작은 거품을 뽀글뽀글 뿜어내는 식으로 이런 대화를 이불 속에서 나누었다.


나카자와 씨는 날 덮치고, 흔들고, 멈췄다가, 서서히 돌리고, 자유자재로 다룬다.
생각하고 싶지만 생각을 할 수 없는 시간이 온다. 할 수 없다.라는 말은 있을 수 없는데 정말로 할 수 없게끔, 그렇게 된다.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한없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가까워진다.
할 수 없다, 완전히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할 수 없다에 가장 근접한 지점까지, 가고야 만다.

회전목마의 속도가 느려졌다.
지금까지 함께했던 나카자와 씨와의 시간이 아득히 지워져 더는 생각나지 않았다.
주위가 새하얘지고, 어디가 땅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옆에 있는 나카자와 씨가 당장에라도 어디론가 휘휘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나카자와 씨에게 꼭 붙어 그가 잘 걷지 못하게 했다. 무서워서, 꼭꼭 붙어 있었다.
가여워. 모두 다 가엽지. 나카자와 씨의 흉내를 내며 말했다.
놀이공원은 밤이 되어도, 영원히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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