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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을 말씀드립니다
유키 신이치로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젊은? 작가의(91년생이면 30대 중반이라 젊다고 해야할지 애매?하지만) 단편 추리소설이기에 비교적 직접적인 시스템, 사회 풍자의 뉘앙스나 문제의식 보다는, 인간 군상과 사건 현상에 초점 맞추고 있는데 도리어 이런 부분이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쳐낼 것은 쳐낸, 가볍게 정리된 느낌이 들어서 잘~ 읽었다. (트릭보다는 관계속에서의 반전이 핵심이라 흥미롭고, 분량들이 짧고 어차피 믿을 수 없는 놈_화자_의 이야기라 진득하게 분석할 필요가 없어 다 읽는데 1시간도 안 걸린 것 같다. 그래도 진실의 불확실성을 만끽하는 새로운 재미가 있다.)
뒷표지에 문구처럼 감탄과 찬사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의 추리소설 트렌드가 이렇게 변모하고 있구나 하는 신선함은 있었다. 작가가 91년생이라고 하니 기성 작가들과는 주제와 소재의 결이 완전히 다르다. 요즘의 사회 트렌드가 많이 반영된 것이 납득이 가던... (인터넷, 캠을 통한 화상 모임, 유튜브, 즉석만남 어플...)
그리고 제목에 대해서....
해시태그(#)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서 많이 쓰이는 기호이자 형식이다. ‘#’ 기호 뒤에 단어나 문장을 붙이는, 예를 들어서 #문학, #일본소설, #서점대상, #진상을말씀드립니다, #추리소설, #유키신이치로, #권일영, #바이포엠 등등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검색 및 주제 분류의 역할 등을 수행한다.
이 아이디어가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아님 그냥 유행처럼 차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어도 '미스터리' 장르의 특징인 진실을 조작하거나 선택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의 그 어떤 증언이나 설명 그 자체가 진실을 결코 완전하게 담을 수 없는 것임에도 그걸 공유하고 확산 (출판)한다는 뉘앙스는 아주 독특하다.
5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이다.
첫번째에 수록된 단편을 읽고 '아.. 이런 스타일이구나'하고 가볍게 보다가 그런 생각과 기대와 달리 *AID를 다룬 '판도라'와 유튜브를 다룬 '#퍼뜨려주세요'가 뜻밖에라고 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일본에선 영화가 4월말에 개봉되었다고 하는데 예고편을 보면 이 소설의 다른 시리즈가 메인인 듯한 옴니버스 형태의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한 만화로도 출간되었는데 만화 1,2,3권이 소설의 5가지 단편을 다루고 있다. (만화까지 읽어 볼 필요는 없다.만화는 더 축약되어 있다.)
*AID : (Artificial Insemination by Donor) 비배우자간 인공수정
*AID를 다룬 읽어볼 만한 소설
夏物語, 여름의 문, 川上 未映子, 가와카미 미에코, 홍은주
#판도라....
AID를 다룬 소설 여름의 문(夏物語)을 읽었을 때도 느꼈었지만 우리보다 앞서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사, 비혈연)가족, (AID로 태어난 아이들의)정체성, 윤리의 문제에 대해서 기존의 가치관과 현대적 현실 사이의 긴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히 쇼코라는 인물의 정체성(의 위기)을 이 소설의 단편에서 간략히(단순히) 보여주고 있는데 AID에 대한 윤리적 불온성(不穩性 ; 정자 기증자 =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에 관한 문제, 여성에 대한 전통적인 사회규범적 시선, 침묵헤야 하는 문제인지 또는 그렇지 않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일본 사회에서 어떻게 의제 확장이 진행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기도 하다. 출생의 비밀에 있어서 앞으로 AID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적잖이 많아지지 않을까...
"쇼코(翔子)라고 합니다. 날아오른다는 뜻의 비상(飛翔)에서 상(翔)자를 따서 쇼코(翔子)라고 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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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취미가 새 관찰이었죠. 그래서 쓰바사, 즉 그 날개(翼)로 드넓은 하늘로 날아오르라는 바람을 담았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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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엄마와 쓰바사 씨의 이름에서 가져왔어요. 요시코의 아름다울 미(美)는 부수가 양(羊)이다. 쓰바사라고 읽는 날개 익(翼)의 부수는 깃털 우(羽)."합치면 날아오른다는 뜻을 지닌 ‘상(翔)’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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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건 상관없어요. 아버지 후보인 두 분의 혈액형이 양쪽 다 틀리는 일은 역시 있을 수 없을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만약 쓰바사 씨가 B형이라면 저는 쓰바사 씨를 ‘아버지’로 믿고 살아갈 거예요. 엄마가 내내 믿어온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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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렇게 말하며 아내는 선선히 정자 제공을 허락했다. 혹시 아내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걸까? 이런 '샛길'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판도라
늘 생각해보곤 한다. 내가 그리고 누군가가 또는 나의, 누군가의 말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가 과연 진실일까.....
우리는 결코 진실을 알 수 없다. 실제 진실이란 너무나 복잡하고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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