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를렌 하우스호퍼 지음, 박광자 옮김 / 고트(goat)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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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땐 그저 '실험적인 작품(그 벽을 심리적인 은유로 해석하던) 인 것 같았다' 정도가 내 감상이었다.

참고로 이 작품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내 기준에서 원작을 너무 잘 표현한 몇 안되는 작품들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심리적(일종의 환상적) 경계로써의 벽에 갇혀 필연적으로 왜곡되거나 붕괴되는 자아분열의의 작품들(주로 현실과 분간이 안되는 은유들로 구성된 부조리나 실존주의를 다루는)과는 흥미롭게 닮은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이질감이 있다. 특히 '투명한 물리적 벽'이라는 설정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공간적인 성격이 다른 면이라고 해야할까 고립된 자연 공간에서 일어나는 주체의 재구성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 경험되는 화자의 글쓰기로 나타나는데 그 과정에서 화자가 말하는 철학적인 질문을 같이 성찰해보는 것이 이 작품의 즐거움이 아닐까..



인간들도 안쓰럽다. 그들은 자기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 삶 속으로 내던져진 것이다. 인간이 가장 불쌍할지 모른다. 인간에겐 이성이 있어서 자연의 순환을 막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인간을 악하게 만들고 절망적으로 만들었으며 흉하게 만들고 말았다. 다른 식으로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랑보다 더 현명한 감정은 없다.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사랑받고 있는 사람 모두가 삶은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만이 나은 인생을 살아갈 유일한 희망, 유일한 가능성이라는 것을 좀 더 일찍 알았어야 했다. 죽은 자들은 이제 그 유일한 가능성을 잃고 말았다. 그 생각이 계속 떠나지 않았다. 우리가 왜 잘못된 길에 접어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모든 것이 너무 늦었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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