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예찬 시리즈
다비드 르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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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운전자나 대충교통의 이용자들과는 달리 발을 놀려 걷는 사람은 세상 앞에 벌거벗은 존재로 돌아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는 인간적인 높이에 서 있기에 가장 근원적인 인간성을 망각하지 않는다.

 

주저해왔던 일을 결행하기 위하여 발을 내딛는다는 것은 길건 짧건 어느 한동안에 있어서 존재의 변화를 의미한다.

 

처음 내딛는 발걸음에는 꿈의 가벼움이 담겨 있다. 인간은 자신의 욕망이 뻗어간 선을 따라 걷는다.

 

걷기는 집의 반대다. 걷기는 어떤 거처를 향유하는 것의 반대다.

 

사실 걷는 사람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 속에다가 거처를 정한다.

걷는 사람은 시간을 제 것으로 장악하므로 시간에게 사로잡히지 않는다.

 

때로는 권태 역시 하나의 조용한 관능적 쾌감일 수 있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평소의 광란을 벗어난 잠정적 철수상태일 수 있다.

 

'더 이상 시간을 지킬 필요가 없이 보내는 삶, 그것이 바로 영원이다.'

 

짐은 인간을 말해준다. 짐은 물질적인 형상으로 나타난 인간의 분신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공정한 관찰자는 짐을 보고 그 인간에게 가장 본질적인 것,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당장에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혼자서 걷는 것은 명상, 자연스러움, 소요의 모색이다. 옆에 동반자가 있으면 이런 덕목들이 훼선되고,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며, 의사소통의 의무를 지게 된다. 침묵은 혼자 떨어져 있는 보행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 바탕이다.

둘이서 여행하게 되면 벌써 동일한 경험을 나누어 가지기 위하여 자신의 어느 한 몫을 포기하게 된다.

 

내가 혼자일 적만큼 덜 외로운 때는 없는 것이다.

나는 들판에 나가면 들처럼 식물이 되어 지내고 싶다.

 

'길을 걸을 때 나는 견딜 수 없는 위인이다. 나 자신에게나 남들에게나 다같이 까다롭다. 떠날 때는 매번 친구들과 떠나지만 돌아올 때는 원수들과돌아온 것이다. 어떤 사람과 열흘 동안 함께 걷는다는 것은 그와 십 년 동안 함께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잠자는 것은 미적 관조가 겹쳐진 하나의 육체적 쾌락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소리들이 침묵의 한가운데로 흐르지만 그 침묵이 배열과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다.

오히려 때로는 그 소리들이 침묵의 존재를 드러내주고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어떤 장소의

청각적 질감에 주의를 기울이게 만들어 준다.

침묵은 감각의 한 양식이며 개인을 사로잡는 어떤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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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가져다 놓아야 할 시점에 책을 오히려 들고 와버렸다. ;;;;

따땃한 방에 배 깔고 누워 엄마가 삶아준 밤 까먹으면서 읽었다.

사색적이고 철학적이고 감성적인 문장들이 맘에 들었다.

꿈같은 시간들은 어느새 지나가 버리고 또 다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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