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으로 이사온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나간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가까이에 재래시장을 두고도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곤 했다.  

간만에 파란하늘이 보였고 반짝반짝 빛이 들기도 했고 날씨따라 컨디션도 좋았다. 책가방을 짊어지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모자를 쓰고 시장으로 갔다. 역시... 저렴하였다. 마트에서 였다면 6,7만원은 족히 넘었을 과일과 야채들을 4만원에 사서 낑낑 짊어지고 돌아왔다. 

올 여름, 비가 오지게 왔는데도 빤딱빤딱 싱그러운 초록 사과가 12개에 5000원 이었고 단단하고 새빨간 천도 복숭아도 10개에 5000원, 찰진 토마토는 10개 3000원, 16개가 달린 바나나 한 송이는 2000원, 오이는 3개에 2000원, 양배추 한 통 3000원 등 등  

오이는 6개를 사서 오이 소박이를 했고 양배추로는 김치를 담궜다. 가난했던 냉장고가 새 김치들과 과일들로 가득찼다.  

고슬고슬 현미밥을 지어 갓 담근 양배추 김치와, 오이 소박이, 바짝 볶아 수분을 날린 바삭한 멸치 반찬으로 늦은 점심도 먹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오기도 했고 김치 담는다고 부산을 떠느라 허기가 져서 그런지 게눈 감추듯 밥 한 공기를 비웠다. 참 맛있었다. 아삭아삭한 양배추와 푸릇푸릇한 부추향이 너무나 잘 어울렸고 달큰한 오이와 매콤 짭쪼롬한 속재료가 입맛을 돋웠다. 

 먹고나니 피곤해 져서 잠시 쉬다가 어제 밤 우려 놓았던 감잎차를 마시고 늦은 점심을 마무리... 

그런데 중요한건 이게 아니고.... 나의 가출한 정신을 좀 찾아와야 한다는거. 종종 돈주고 물건을 사고는 물건을 그대로 두고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도 그런 날들 중 하루 였다.  

기껏 저렴하다며 신나서 산 바나나를 시장에 두고 와버렸다.  

집에 돌아와 알아채고 다시 가봤지만 있을리 만무.....작년엔 옷을 사고서 산 옷을 그대로 두고 나와 주인 언니가 박장대소 했던...;;오늘은 그때만큼 큰 돈을 지불한 경우는 아니지만..여튼...돈벌기 어렵다고 돈버는거 힘들다고 맨날 툴툴 거리면서 그 힘들게 번 돈으로 산 물건들에 집중하지 못하는건 또 무슨 경우인지... 이해가 안된다.;;;;;;; 애초에 물질에 집착하거나 강렬하게 원하거나 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건 좀..;;; 동생님한테 문자를 보냈더니 '...제발...ㅠ_ㅠ' 라는 답문을 보내왔다. 안타깝고 속상한 일인가보다.  

정신을 좀 챙기고, 차리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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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다들 일찍 죽어버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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