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소설을 봤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가득한 소설이다. 아름다운 문장들이 말하고 있는 내용은 아프고 슬펐지만. --------------------------------------------------------------------- 나는 소리 없는 짐을 들고 다닌다. 나는 나를 너무나 깊이. 그리고 너무나 오래 침묵 안에 싸두었던 탓에 어떤 말로도 나라는 짐을 꺼내놓을 수 없었다. 말을 한다는 것은 나를 단지 다른 식으로 포장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 어느 것도 내게 어울리지 않았다. 중요한 건 옷이 아니라 움직이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이 물건들을 가지고 있든 아니든 어차피 어른이 될 터였다. 나무복도에서 할머니가 말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 그 말을 작정하고 마음에 새긴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수용소로 가져갔다. 그 말이 나와 동행하리라는 것을 몰랐다. 그러나 그런 말은 자생력이 있다. 그 말은 내 안에서 내가 가져간 책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했다. 너는 돌아올 거야는 심장삽의 공범이 되었고, 배고픈 천사의 적수가 되었다. 돌아왔으므로 나는 말할 수 있다. 어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