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어록청상 푸르메 어록
정민 지음 / 푸르메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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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반드시 먼저 바탕을 세워야 한다. 바탕이란 무엇이냐? 배움에 뜻을 두지 않고는 능히 독서를 할 수 없다. 배움에 뜻을 두었다면 반드시 먼저 바탕을 세워야 한다. 바탕이란 무엇이냐? 효도와 우애일뿐이다. 먼저 힘껏 효제를 행하여 바탕을 세운다면 학문이 저절로 무젖어 든다. 학문이 무젖어 들면 독서는 별도의 단계를 강구하지 않아도 된다.

효제의 마음을 바탕에 깔로 배움에 뜻을 두어 책을 읽는다.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성이 마련되지 않으면 배움을 향한 뜻을 세울 수가 없다. 뜻이 서지 않았는데 책이 읽힐 까닭이 없다. 책을 못 읽겠거든 나 자신을 돌아보라. 공부가 안 되거든 마음부터 다잡아라.

 

그저 읽기 말고 밑줄 쳐가며 읽어라. 하나하나 베껴 써가며 읽어라. 방향과 목적을 먼저 결경해야 한다. 같은 택도 어떤 정보를 취하느냐에 따라 카드 작업의 결과가 달라진다. 이렇게 해서 정보를 체계적으로 장악했다. 그러나 나서 효율적으로 편집했다. 이 방법을 쓰면 백권의 책도 열흘에 충분히 독파할 수가 있다. 그저 읽지 말고 기록으로 남겨라. 갈래를 나누고 체계를 세워서 정보를 계통화 하라.

 

잊지 않으려고 메모를 하고, 떠오른 생각을 기록으로 남겨 곱씹고 음미해야 한다.

평생 가까이에 두고 스승으로 삼을 책 한두 권을 갖는 것이 독서의 큰 보람이요. 행복이다.

 

좋은 글을 짓고 싶은가? 훌륭한 시인이 되고 싶은가?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속을 채워라.

글쓴이의 행실을 보면 안다. 화복이 갈리고 이해가 나뉘는 즈음에 그가 한 행동, 그의 몸가짐과 처세를 보고 안다.

 

문장은 도를 실어 나르는 것이고, 시는 뜻을 말하는 것이다. 때문에 그 도가 한 세상을 구해 건지기에 부족하고, 그 뜻이 텅 비어 수립한 것이 없는 자는 비로 그 글이 요란하고 분방하며 시가 화려하여도 이는 빈 수레를 몰로 가며 소리를 내는 것이나 배우가 풍월을 말하는 것과 진배없다.

 

시에는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 다만 자연스러운 것이 첫번째 어려움이고, 해맑으면서 여운이 있는 것이 두번째 어려움이다.

 

뜻이 높아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뜻이 넓어야 맞는 말을 할 수 있다. 뜻이 없으면 시도 없다. 시를 잘 쓰려면 뜻을 길러야 한다. 시가 안 써지거든 삶의 자리를 돌아보라. 마음에 덕지덕지 묻은 찌꺼기를 닦아내고 맑고 참된 지혜의 등불을 높이 내 걸어라. 시는 그 다음의 일이다.

 

바탕 공부 없이 꽃만 피우려 들지 마라. 세상에 가장 천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간이 안된 글쟁이다.

 

세계화의 경쟁력이 내게서 나오는 것이지 남을 흉내내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한 마디를 해도 내 목소리를 내고, 한 가지 일을 적어도 지금 여기의 일을 노래하라. 그랴야 나만의 시, 조선의 시가 될 수 있다.

 

도를 얻어야만 마음가짐이 비로소 바르게 된다. 마음가짐이 발라야 덕을 이룰 수가 있다. 그런 까닭에 경학에 힘쏟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같으면 무리 짓고 다르면 공격해서 감히 의논조차 못하게 하는 자가 있다. 이는 모두 서책을 빙바하여 이익을 도모하는 무리일뿐, 진심으로 선을 향하는 자가 아니다.  

 

학문하는 보람은 든든한 자기 중심을 지녀, 어떤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주체를 세우는 데 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고 든든히 주체를 세워라. 부족하면 더 노력해서 사다리가 닿을 때까지 더 노력하라.

 

내가 부족한 것은 낮추어 남을 통해 배우고, 남이 부족한 점은 따뜻하게 감싸 안아 일깨워준다. 상대의 기세를 꺾어 누르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지 않는다. 저만 잘난 독선은 학문의 길에서 치명적인 독이다.

 

학문을 함으로써 세상을 보는 안목이 툭 터지고, 식견을 깨칠 수 있어야 한다. 도를 닦는 것은 현실에서 내 몸가짐을 바로 갖기 우해서다. 뜻을 세우려면 공허해서는 안 되고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

공부를 할수록 걸림이 없어지고 가슴이 시원스러워져야 하는데, 아집에 사로잡혀 자꾸 독해지고 못돼진다면 헛공부를 한 것이다. 학문의 보람을 세상과 담 쌓는 데서 찾는 것은 공부에 대한 모독이다.

 

공부는 온축의 과정이 중요하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그것이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야 한다.

입을 다물면 기운이 안으로 쌓인다. 눈을 감아야 정신이 맑고 깨끗해진다.

무겁고 깊은 공부를 해야 한다. 묵직이 가라낮혀야지 들떠서는 못 쓴다.

 

복락을 끝까지 누리려 들지 마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사치는 끝간 데를 모른다. 하나를 가지면 더 갖고 싶고,  더 갖고 나면 다 갖고 싶다. 즐거움은 끝장을 보아서는 안 된다. 곶감을 빼어 먹듯 아껴아껴 즐려라. 복은 조금 부족한 듯 누리는 것이 옳다.

있을 때 더 나누고, 넉넉할 때 아껴 쓸 줄 알아야 한다. 베풀면 더 풍족해 지고, 나누면 더 커진다.

 

나는 새나 물고기는 제 먹을 양식을 걱정하지 않는다. 조물주의 곳집은 넉넉해서 써도 다함이 없고, 가져가도 금함이 없다. 안절부절 전전긍긍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인간뿐이다. 걱정해서 안 될일은 걱정할 일이 아니다. 해결 안 될 문제를 들고 미리 짓눌릴 것 없다. 내일 일은 냉ㄹ 걱정하고 다만 오늘에 충실할 뿐이다. 하늘이 나를 이 세상에 낸 것은 무슨 뜻이 있겠지. 묵묵히 올곧게 가다보면 그 길의 끝에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지검이 있겠지. 가난은 불편할 뿐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정말 부끄러운 것은 그 가난에 짓눌려 뜻을 팔고 불의와 타협하는 일,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눈 돌려 외면하는 일, 그 결과 사람의 길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최소한의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인의를 말하고 도덕을 말하는 것은 가증스럽다.

자신의 무능은 감추고, 현재의 불우를 다 세상 탓으로 돌려세운다. 인간의 길을 끊고서도 걸어가야 할 큰 도는 세상에 없다.

 

근면함 속에 항심恒心이 싹튼다. 항심은 삶의 든든한 둣심이다. 작은 상황 변화에 바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항심이 있어야 한다. 각자의 직분을 알아 맞은 일에 충실한 것이 근면의 시작이다. 지금 당장 할 일과 미루어도 좋을 일을 분간하는 것이 부지런함의 출발이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지 마라. 영혼에 독소를 주입하는 일이다.

 

먹고 입는 데 호사를 부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육신의 배고픔보다 영혼의 허기를 부끄러워하라. 초라한 의복 말고 빈약한 내면을 다급히 여기라. 아무리 맛난 음식도 한번 침이 닿기만 하면 개밖에 먹지 않는다. 들어갈 때는 다른 것 같아도 나올 때 보면 다 같다. 그러니 냄새나는 똥을 위해 아등바등할 것이 아니라 마음의 곳간을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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