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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토끼 ㅣ 제제의 그림책
서영 지음 / 제제의숲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된 후기 입니다.







서영 작가님의 그림책을 정말 좋아해요. 이번에 새로 나온 신간 3초 토끼는 표지부터 눈길을 확 끌었어요. 똘망똘망한 토끼 깨부가 너무 귀엽더라고요. 제목도 참 재밌어요. 3초 토끼라니 도대체 무슨 뜻일까 싶었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웃음이 나왔어요.
깨부는 뭐든 3초를 넘기지 못하는 토끼예요. 뜨거운 스튜도 3초 만에 후루룩 먹고 숨바꼭질도 3초 만에 들키고 책도 3초 만에 결말부터 봐버리는 그런 아이예요. 너무 급해서 매번 사고를 치는 깨부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어디서 본 듯 익숙하기도 했어요. 특히 우리 집 아이들이랑 꼭 닮아서 더 몰입해서 읽었어요. 요즘 아이들도 그렇잖아요. 기다림보다는 빨리빨리에 익숙하고, 결과만 보고 싶어하는 모습이 깨부 안에 다 들어 있는 것 같았어요.
읽다 보면 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져요. 깨부가 조금씩 기다림을 배우는 과정이 너무 사랑스럽거든요. 스스로도 답답해하면서 인내심을 배우고 싶어 노력하는 모습이 순수하게 느껴졌어요. 아이들에게 인내심을 가르치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어른인 저한테도 필요한 이야기였어요. 요즘은 뭐든 빨리 결과를 보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기다림에도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그림은 정말 말할 것도 없어요. 서영 작가님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이 그대로 담겨 있어요. 배경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느껴지고, 캐릭터의 표정이 너무 살아 있어서 마치 애니메이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어요. 깨부가 당황하거나 웃을 때, 인내심을 배우려 애쓰는 장면마다 색감이 살짝 달라지는데 그게 또 감정선을 잘 보여줘요. 색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정말 탁월하다고 느꼈어요.
특히 인내심을 배우러 멍도사를 찾아가는 장면이 인상 깊었어요. 이야기의 전개를 다 말하긴 어렵지만, 그 장면의 분위기와 색감이 정말 고요하고 예뻤어요. 기다림이란 게 단순히 참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시간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느낌이었어요. 책을 덮을 때쯤엔 나도 모르게 깨부처럼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정말 좋아요. 이야기 속 깨부의 실수와 성장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다림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단순히 교훈적인 느낌이 아니라 공감과 웃음을 함께 주는 그림책이라 더 따뜻하게 다가왔어요.
무엇보다도 작가님의 그림이 주는 위로가 커요. 다급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게 만드는 그런 그림이에요. 책장을 넘기며 조용히 웃고, 따뜻해지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어요.
3초 토끼는 단순히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기다림의 미학을 다시 일깨워주는 책이에요. 읽고 나면 마음이 한결 느긋해지고 급하게만 살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 들어요. 요즘처럼 뭐든 빨리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이 책은 잠시 멈춰 서게 해주는 고마운 선물 같아요.
3초 토끼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 좋고 어른이 혼자 읽어도 참 따뜻한 여운이 남는 책인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