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아직은 읽지 못했는데, 옮긴이가 쓴글을 보면, 옮긴이의 열정과 정성이 느껴진다. 일단은 옮긴이의 말을 살펴보자.
이 책은 게오르그 크네어와 아민 낫세이가 함께 쓴 Niklas Luhmans Theorie sozialer Systems을 한국어로 옮긴 것이다. 옮긴이는 크네어와 낫세이는 루만 사후 체계적으로 사회학을 발전시키고 있는 학자들 중 비교적 젊은 세대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루만의 이론을 다른 이론가들과 비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저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이 저자들이 함께 쓴 루만 입문서를 옮긴 것이고, 옮긴이는 이 사람들의 논문으로부터 루만을 공부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항고 있다.
옮긴이에 의하면, 이 책은 다른 입문서보다 왜곡이 덜하면서 매우 친절하게 루만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루만의 두번째 저작<사회와 사회>가 나오기 전에 쓰여졌고, 개정되지 않은 그 상태로이기 때문에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옮긴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한국의 루만 수용상황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루만 이론이 가졌던 복잡성 수준에서 이 책이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기 생산 개념에 이르기까지 체계이론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 루만은 왜 심리적 체계와 사회적 체계를 다른 창발적 질서 차원으로 보는가, 소통의 세 가지 선택은 어떻게 조합되는가 등 루만 체계이론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먼저 이해되어야 할 부분들을 매우 간명하면서도 친절학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옮긴이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옮긴이는 루만의 이론에 대해 핵심내용을 전달해주고 있는데, 루만은 전통적인 사고방식과 상당히 다른 사회학 이론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루만은 사회가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지 않으면, 인간의 몸이나 의식은 사회의 환경에 놓여 있다고 본다...'.루만은 사회를 소통체계로 규정하고, 소통의 자기 생산을 구조나 행위에 앞서는 사회의 작동과정으로 보면서, 행위와 구조간에 얽혀진 문제들을 해결한다. 바로 여기서 이루어지는 결정적인 전환이 하로 사회가 인간들이 아니라 소통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대한 통찰이다. 그리고 소통은 인간이나 의식이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소통 자신이 하는 것, 즉 소통의 자기 생산이라는 통찰이다.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루만은 행위를 소통의 자기관찰, 즉 소통을 통지행위로만 관찰하여 인격에세 귀속시키는 것으로 보며, 사회적 체계의 구조를 행위들에 대한 기대의 제약으로 본다.
둘째, 루만은 체계이론적으로 볼 때, 인간은 지칭가능한 하나의 단위가 아니라고 본다.
셋째, 루만은 현대 사회가 국가나 영토로 나누어져 있거나, 계급이나 계층으로 나우어져 있지 않다고 본다.
넷째, 루만은 현대 사회의 하위 체계들은 탈 도덕적이라고 보며, 이를 다시 도덕에 근거하도록 만드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옮긴이가 밝히고 있다시피, 루만은 전통적인 사고방식과는 상당히 달라서 나에게 아직 여러가지 개념들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소통이라는 테마와 자기생산이라는 테마가 관심가게 만들고 있다.